본문

일드 도쿄전력소녀를 보고(부제: 전력에 관하여)

10월 한달동안 포스팅이 없어 신변잡기라도 적어야 할것같아 글을 시작한다. 사실 이전부터 '타케이 에미'에 대한 글을 쓰고 싶긴 했지만 당연히 시간이 없었을 뿐 아니라 어느것을 중심으로 글을 써야할지 감이 잘 안잡혀서 쓰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확실히 글을 안써버릇하다보니 글을 쓰기도 전에 지레 겁을먹고 시작도 못하는것 같다. 이렇게 그냥 휘갈겨 쓰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갈피가 잡히는것을...


아무튼 제목은, '도쿄전력'을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드라마이다. 제목을 보고는 방사능 사고를 낸 도쿄전력에 대한 질타와 참혹상?을 기록한것으로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 전력(全力)이 그 전력(電力)이 아니었던것. 스무살 생일날, 죽은줄로 알았던 아버지가 도쿄에 있다는 고백을 어머니로부터 듣자마자 바로 돈을 뽑아 무작정 도쿄로 가서 이름만으로 아버지를 찾고, 잃어버린 가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전력적인' 우라라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이다.


우선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는, 과도한 활달 발랄함을 정말 잘 소화해낸 타케이 에미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에 더해 그녀는 다양한 표정을 소화해 내는 천의 얼굴, 그리고 뛰어난 뜀박질 실력과 과감한 미끄덩 능력으로, '전력'이라는것이 무엇인지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미끄덩하는 모습, '비록 미숙하지만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음'을 표현하려는 그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아, 비록 드라마에 대한 내용은 앞에 적은 4줄이 전부지만, 다양한 장면으로 나타나는 '전력'이라는 속성에 대해 글을 쓰고자, 글의 제목도 드라마의 제목을 따와서 적었다.(부디 이 낚시성 제목으로 사람들을 낚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라마의 주연인 타케이 에미의 '전력'에 대한 이미지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드라마로 '아스코 마치'가 있는데, 여기서도 그녀는 열심히 달리고 열심히 넘어진다. 참고로 내용은, 싫어하던 '공업'학교에서 지내면서, 전력적인 모습과 함께한 특유의 친화력으로 갈등이 있던 모두를 화합시키고 자신도 그 '공업'에 매력을 느껴 전력을 다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캐릭터가 위와 상당히 유사하다) 다른 작품, 'W의 비극'에서는 넘어지는 장면은 없지만 춤을 동경하는 소녀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친다.(활짝웃는 미소가 매력적이다) 그리고 영화인 '오늘, 사랑을 시작합니다'에서도 열심히 달리고 넘어진것으로 기억한다 -- 이들을 본지 좀 오래되어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최근 작품인 날씨언니에서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로 몰고가다가 2화에서 자신을 찍는 카메라로 갑자기 다가가 환한 미소로 구름을 가리키는 모습(단, 캐릭터가 일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는지 그 이후로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요새 나오는 바다위의 진료소에서는 초반 날라차기가 인상적이었지만 아직은 남주 뒤통수때리고 일침날리는 정도에서 그치는것같아 아쉽다. -- 나이가 감에따라 캐릭터를 '발랄'에서 '원숙'쪽으로 으로 가려는건지.. 그래도 올해 있었던 한국 방문(19살의 휴일 홀로 한국여행) 영상을 보면 아직은 '소녀'임을 느낄 수 있다.


---------

아무튼, '전력'이라는 일본식 단어를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치환하면 어떤것이 될까, 아마 요새 부각되는 키워드인 '열정'으로 순화되지 싶다. 그럼 열정이 무엇인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추상적인 단어이니 그 의미를 우회적으로 추론해보고자 한다. 도쿄전력소녀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인 '우라라'는 열정적인 사람인가? 그질문에 앞서, 그녀가 '모든 일에 열심이다'라는 누구나 인정할 사실을 기억에 담아두자.


열정에 대한 사전의 정의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이 설명으로는 특정한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유능한 해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해커는 분명 해킹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해킹의 범주에 해당하는 일을 두루 섭렵해야 실력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것이다(뭐 프로그래밍, 운영체제니 네트워킹이니부터 시작해서 수학이나 사회공학적 측면도 고려해야겠지) 하지만 그가 사실 그러한 대범주에 속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귀찮아 하고 회피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열정적인 사람일까? 그리고 '열정'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평가할까 아닐까? 이 질문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열정적'이라기보다 '몰입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그럼 '우라라'같은 모든 일에 열심인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로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남미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이다. 그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는 과도하다시피 힘이 넘쳐난다. 그런데 '열정'과 '정열'에 대한 차이가 명확하지 않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있었다.


"

‘열정’과 ‘정열’의 뜻과 용례를 보면, 이 두 단어는 문맥상 서로 바꾸어 써도 의미에 차이가 거의 없을 만큼 비슷한 뜻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기> 열정(熱情)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 학문과 예술에 대한 열정/열정을 쏟다/열정을 기울이다/열정이 담기지 않은 작품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그는…투사라기보다는 오히려 혁명가다운 열정의 소유자였다. 정열(情熱) 가슴속에서 맹렬하게 일어나는 적극적인 감정. ¶ 삶의 정열/정열을 바치다/정열을 기울이다/정열을 불태우다/정열을 쏟다/좀 더 젊은 시절, 아직 혈기가 왕성하고 정열이 넘치던 그 무렵만 해도 시가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는 것이다.
"


이에 따르면 정열이 열정보다 좀 더 포괄적이고, 한정되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열을 검색엔진에 입력되면 맨 처음 나오는 웹툰 '정열맨', 아... 조금 보다가 갑자기 귀귀님의 병맛코드에 휘말려서 글에대한 집중력을 잃었다.. 아무튼 비록 요새 문화코드에 의한 '정열'은 (행동 뿐 아니라 어휘선택에서도) 오버 리액션을 동반하는 우스꽝 스러운 캐릭터를 나타내지만, 그러한 것을 배제한 사전적인 의미만을 보자면, '우라라'를 잘 나타내는 단어는 '정열'이고, 그러면 이 드라마의 제목을 한국적으로 순화하면 '도쿄정열소녀'정도가 되겠다. 그리고 제목에 문화성을 반영하자면 '정열걸'정도가 되려나, 아 병맛! 갑자기 이 글 자체가 병맛스럽게 느껴진다!


으... 아무튼 돌아와서, 스티브 잡스를 갑자기 이 글에 넣어보고 싶다. 그는 분명 열정적인 사람이었으며, (위 정의에 따르면) 그와 동시에 정열적인 사람이었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마케팅, 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융합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내었다. 만약 사전적 의미의 '열정'만 있었다 가정해 본다면(위의 해커에 대한 예를 생각해보자) 그의 열정의 분야는 상당히 넓었을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자신이 말했듯("순전히 호기심과 직감만을 믿고 저지른 일들이 훗날 정말 값진 경험이 됐습니다."), 그가 접한 분야는 그의 생각의 범주에 미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때 그가 발표한, 'Stay Hungry Stay Foolish'으로 유명한 2005년 6월 12일 미국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졸업축사(commencement speech) 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연인이 여러분에게 의미하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여러분 삶의 많은 부분을 채울 것이고 여러분이 위대하다고 믿는 그 일을 하는 것만이 진정한 만족을 줄 것입니다. 위업을 달성하는 것은 당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그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전심을 다해서 찾아내면 그때는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모든 위대한 관계들이 그러한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계속 추구하십시오. 안주하지 마십시오.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And that is as true for your work as it is for your lovers.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And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And like any great relationship, it just gets better and better as the years roll on. So keep looking. Don’t settle.

"


위 문장에서 열나타난 의미를 정리하자면 '열정을 쏟을 곳을 찾아가는 과정중의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쏟았다'고 요약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분야들에 두려워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호기심과 '정열'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드라마에서는 '우라라'가 이러한 자세로 변호사가 되는 해피엔딩을 그려주고 있다. 아 뭐야 결국엔 이렇게 글이 요약이되네,,, 괜시리 내용을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표준문서를 쓴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글을 쓴데에 후회는 없다. 단어의 속뜻을 알아가는 과정이 삶에 있어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만든 사람이 함축해놓은 그 비밀을 풀어간다는것, 그리고 그 단어와 연관된 단어들이 서로의 거대한 연관구조를 가지고 서로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단어로 표현하여 구축해내는 컴퓨터 공학의 세계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아는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러한 숨겨진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내고자 하는 학문인 '온톨로지'에 대한 관심은 (비록 요새는 손도 못대고 있지만)아직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한(inspiring) '도쿄전력소녀'는 비록 시청률이 낮았지만 나에게는 감명깊은 드라마이다. 요새 inspiring 한 경험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에는 미래 컴퓨팅에 대해 감명을 준 Network Functions Virtualization (NFV) 에 대해 이와같은 '내용없는 글'을 작성할 것이다.



http://blog.naver.com/tunabucks22/70171963546



타케이 에미 한국어 모음 (武井咲の韓国語まとめ)

댓글

Holic Spirit :: Tistory Edition

design by tokiidesu. powerd by ka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