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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바르셀로나, 이비자) 전기자전거로 여행하기
개인적으로 여행은 힘들게 갔다오는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서고생하며 여행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행을 다닐때 혼자다니는게 편하다. 왜냐하면 내 이러한 성향때문에 여행동반자들이 피곤해지는것 같아서.. 특히 남들이 다 가본대로 그대로 답습하는게 아니고 어떠한 선입견 없이 내 스스로 탐험해보는걸 좋아한다. 길을 잃을때도 있지만, 나중에 여행가이드를 볼때면 '아 여기가 여기였구나'라고 깨닫는 재미도 있고 만에하나 남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아무것도 모르는곳에서 길을 찾는 그 두근거림이 너무 좋기 떄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일정이 허락한다면 물론 걸어다니는것을 가장 좋아라 하지만, 이번 스페인여행은 다른 일정이 포함된 9박10일의 해외여행이라서 어느정도의 효율을 생각해야했다. 걸어다니다보면 몇군데 가지도못하고 일정이 다 지나갈것 같고, 그렇다고 자동차나 스쿠터를 타면 아무런 기억도없이 너무 훅훅지나가버릴것 같아서 자전거 여행을 알아보다가, 전기자전거 대여점이 몇군데 있는것을 발견하고 전기자전거 여행을 구상하였다. 10월말의 스페인은 햇살도 적당하니 자전거타기 딱 좋은 날씨였다. 물론 저녁에는 약간쌀쌀한 느낌이 들긴하지만, 아무리 저녁이라도 반팔+얇은긴바지에 바람막이만 있어도 충분했다. 안개비가 내리는날에는 오히려 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여행에서 아쉬웠던 점이 몇몇 있어서 내년에도 다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도 전기자전거로 여행을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그리고 다른분들의 여행에 도움이 되기위해 아래와 같이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름 가격이나 위치를 비교해보고 간곳이고, 만족스러운 곳이었기 때문에 다음에도 다시 방문할예정이다. 참고로 전기자전거 대여소는 바르셀로나, 이비자의 다음 대여소들이 더 유명하긴 한데, 위치상으로, 가격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링크는 남겨둔다. http://e-bikerentbarcelona.com/, http://www.kandani.es/
1. 바르셀로나(Barcelona) 전기자전거로 여행하기
- 면적: 바르셀로나의 면적은 101.9km²으로써, 서울 면적은 605.2km², 경기도 수원의 면적 121km²보다도 좁다. (수원시민인증^^)
- 전기자전거 대여소 "We Barcelona": https://www.webarcelona.com
- 주소 및 연락처: +34 626 936 649; Carrer de Montjuïc del Bisbe, 3, 08002 Barcelona, 스페인
- 영업시간: 오전 9:00~오후 7:00 (9:30분이후에 가는것이 좋다)
- 가격: 전기자전거 8시간에 15€ (이벤트가격)
- 특이사항: 전기자전거만 취급한다. 일반자전거처럼 생긴것(Ecobike), 전기자전거처럼 생긴것(Smart eBike) 종류가 두가지 있는데 전기자전거처럼 생긴것이 대부분이고 이걸 빌려가도록 유도한다. 왜냐면 시간당 단가가 더 비싸기 떄문?
바르셀로나는 전기자전거로 맘만먹으면 하루면 명소는 다 둘러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인남성 기준)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 바르셀로나경기장, 몬주익 성에 이르며 마치 사각형을 그리듯 바르셀로나를 둘러보았는데 오후 1시부터 타기 시작해서 8시에 숙소(Besos Mar)에 도착하였다. 구엘공원과 몬주익 성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자전거도로가 매우 잘 되어있어서 속도내서 다니기 좋다. 서울의 버스전용차로마냥 도로 한가운데에 자전거도로가 있기도 하고, 자전거 무리가가 차도를 점유하여 다니는 모습도 쉽게볼 수 있다. 그리고 운전자들의 의식이 매우 좋아서, 횡단보도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미리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준다. 물론 아주가끔 예외도 있다!
We Barcelona에서 빌린 전기자전거 Smart eBike에는 Full Mode와 Eco Mode가 있는데, Full Mode는 조금만 힘을줘도 말그대로 풀파워로 전진한다. Eco Mode는 내가 페달링하는데에 +30%의 부스트를 얹어준다는 느낌? Full Mode를 사용하면 아무힘을 들이지 않아도 슝슝나가니 좋긴한데 배터리가 쭉쭉 닳는것이 느껴진다. 스위치로 조절가능하니 평소에는 Eco Mode를 사용하다가 언덕을 오르거나 스피드를 원할때 Full Mode를 사용하면 좋을것 같다. Full Mode위주로 사용하니 3~4시간정도 가는것 같았다. 따라서 '전기자전거는 꽤 무겁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적당히 완급조절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배터리는 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2칸 남았다고 하더라도 1분도 안되어 방전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도 기억해두어야 한다. (특히 저녁에)
전기자전거가 없었으면 아마 구엘공원과 몬주익 성을 못갔을지도 모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부터 구엘공원까지 일정하게 경사가있고, 구엘공원 근처는 그 경사가 더더욱 심해서 일반 자전거로 오르기 힘들다. 그리고 몬주익 성은 끊없는 경사와 구불구불한 길때문에 왠만해서는 자전거로 못올라갈것같다. 그렇지만 전기자전거 덕분에 힘들지만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다. 특히 몬주익 성에는 저녁에(6시만 되면 해가진다) 올라갔는데, 전기자전거의 후레시가 없었다면 앞으로 전진하기도 어려웠을것이다. 길을 잘못들어 전등이 전혀없는, 내 발조차 볼수없는 암흑같은 길으로 들어갔는데, 다행이도 어떤 사진사를 만나서 환한길로 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안개비와 조명으로 덮인 성곽을 보았는데 참 몽환적이었다. 그 사진사도 이런 기회는 흔치않은데 운이좋다고 말해줄 정도였고, 그때 '고생끝에 낙이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전기자전거를 오후 1시에 빌리고 다음날 오전 9시에 반납하기로 했다. 원래 하루단위 렌트는 없어서 어떻게 해야하나하고 고민했었는데, 이야기하다보니 좋은 가격으로 딜을 만들어냈다. 더 좋았던것은 도중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매장에 방문하였더니 배터리를 3분만에 교체해주었다는 것이다. (다른곳은 추가비용 받는다던데) 원한다면 배터리 충전기를 빌려줄수도 있다고 했는데, 굳이 그정도까진 아니고 배터리만 교체해도 충분하였다. 단, 신신당부했던것은 전기자전거가 워낙 고가이고 스페인에 자전거 도둑들이 많으니 자전거랑 꼭 붙어있으라 했다. 숙소에 자전거 둘 수 있느냐부터해서 어디갔다올거냐 물어보고 자물쇠도 두개를 주는것봐서 자전거 도둑이 기승인가보다.
2. 이비자(Ibiza) 전기자전거로 여행하기
- 면적: 이비자의 면적은 571km²으로, 위에서 언급했듯 서울 면적(605.2km²)과 비슷하다.
- 전기자전거 대여소 "NoCostaTant Bikes": http://www.nocostatant.es/
- 주소 및 연락처: +34 971 31 60 62; Carrer de Madrid, 45, 07800 Eivissa, Illes Balears, 스페인
- 영업시간: 오전 9:00~오후 9:00 (일요일 휴무)
- 가격: 일반자전거 하루종일 15€, 전기자전거 하루종일 30?35?€ (재확인 필요)
- 특이사항: 일반 자전거집이지만 전기자전거 소량 보유중. 전기자전거는 주행용, 언덕용이 있다. 평소에 충전을 안해놓아서 그런지, 충전하려면 2시간 걸린다고해서 일반자전거를 타게되었다. 원칙상 가격단위는 하루단위밖에 없고 시간단위로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이비자에서 자전거 대여점을 찾기는 어려운듯하다. 특히 이비자타운(Eivissa; 항구쪽)에서 자전거 대여점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4개정도 나오는데 그중에서 2개는 없어진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Bike와 Bicycle은 다른것, 그리고 Rent와 Hire가 동일하게 사용된다는것을 기억하면 좋다. 방문한 NoCostaTant Bikes외에도 Boutique de la Bici 라는곳도 있긴한데 여기에서 렌트를 해줄지는 확인해보아야 한다. (9시 30분에 연다고 해서 안갔다.) 산안토니오(San Antonio)쪽에는 대여소가 몇몇 있는것 같은데, 숙소를 이비자타운쪽으로 잡아놓아서 어쩔수 없었다. 아무튼 자전거 대여점에 방문하여 전기자전거를 빌리고자 하였다.
위 첫번째 사진에서 두개의 전기자전거를 볼 수 있는데, 가운데에 있는 하얀자전거는 고속주행용,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자전거는 언덕용이라고 했던것 같다. (기억이 가물.. 반대로 말한걸지도.) 언덕에 유리한 이유는 토크를 구동계에 직접 전달하기 떄문이라고 했다. 깔라꼼데(Cala Comte)를 목적지로 한다고 말하니 주행용을 권장해 주었다. 그쪽까지는 그렇게 가파른 언덕이 없기 떄문이라고 하였고, 실제로도 암네시아(Amnesia) 클럽을 거쳐가는 코스(지도에서 위쪽코스)면 그렇게 힘든 언덕은 없다. -- 대신 밤꽃냄새가 시도때도없이난다..
자전거를 빨리 타고싶어서 9시 땡하자마자 방문하고 전기자전거를 빌리려 했는데, 주인장왈, '충전해야돼.. 충전하려면 2시간걸려..'. 나는 "일정이 촉박해서 9시에 바로달려갔는데 어떻게 두시간을 더기다리나.."라는 생각에 어쩔수 없이 일반 자전거를 빌렸다. 전시장 뒤쪽 창고에 낡은 자전거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서 하나 골라가란다. 급한마음에 아무거나 제일 가벼운것으로 달라고 했더니 사진에 나온 삭아가는 자전거를 내놓았다. 삐그덕삐그덕 소리가나고 기어가 한번에 들어먹진 않았지만 그나마 가벼운것같아 빌리기로 하고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하루 15€라 하였다. 하루종일도 아니고 4~5시간정도만 탈 예정이라 깎아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끝까지 버티셨지만 어찌어찌하여 흥정을 할 수 있었다.
가는길은 수월했다. 미리 챙겨온 하몽샌드위치와 과일, 음료수를 산안토니오 해변에서 여유롭게 먹고 조금 더 힘을 내서 깔라꼼데로 도착했더니 총 2시간정도 걸렸던것 같다. 차도에서 갓길같지않은 갓길로 다니고 중간중간 오프로드와 언덕을 만나긴 했지만 라이딩에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것 같았다. 마침내 도착한 깔라꼼데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해변을 보며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사진이 잘 안나와서 아쉽다), 옷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모래사장에도 눕고 물에들어가 파도에 몸을 맡기기도 하였다. 물이 좀 차갑긴 했지만 햇살이 따뜻해서 괜찮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갤럭시 기어핏2... 절전모드에서는 시계 업데이트가 바로바로 안된다!!)
자전거 네비게이션은 구글 맵을 사용해서 했는데, 이게 완전 맹신하면 안된다는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느꼈던건데, 그냥 차도를 기준으로 네비를 돌리는게 낫지, 자전거도로 기준으로 네비를 사용하면 험한길이나 더 오래걸리는 길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냥 왔던길로 돌아갔으면 좋았을텐데, 구글맵이 10분 더 빠른길이라면서 엉뚱한 길을 제시하는 바람에 믿고 따랐다가 큰코다쳤다. 구글맵의 맹점은 경사와 오프로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것이다. 위에 첨부한 지도에서 아랫쪽 경로에서는 차도는 볼수없고 움푹패인 흙길으로만 다녀야 한다. 또한 이비자에서 가장높은 산인 Sa Talaiassa쪽으로 경로를 설정해서 본의아니게 산위에 지어진 아름다운 시청(Ajuntament de Sant Josep de Sa Talaia)도 구경했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도 부족했는지 계속 엉뚱한길로 인도하길래 무시하고 종이지도대로 이비자타운에 돌아왔다. 그러다보니 예상 일정을 벗어나게되어 이비자섬에 강제로 하루를 더 묵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물론 이비자에서 하루 더 묵는덕분에 더욱 재미있게 보냈지만, 그래도 아쉬운점이 많아 여기에 적어본다. 사실 구글맵으로 인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글을쓰는게 크다. 아무튼 이런식으로 실행오류를 겪어보았으니, 다음에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더욱 알차게 보내고 올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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