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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낙심은 사소하고 일시적인것.

인생에서 힘들다고 느낀때는 여태까지 딱 한번이 있었는데, 이번에 두번째 고비를 맞이했었다. 지난번은 나 자신의 incompetence에 관한것이었다면, 이번에는 work-overload에 overwhelmed된 경우이다. 두가지의 특징은, '어떻게 되든 모든것을 놓고싶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몸에 힘이들어가지 않는 무기력상태가 된다는것. 그런데 그 당시에 느꼈던 갖은 고난은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라는 것도 있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도 객관적으로 어떤 점들이 내게 고통을 주나.. 라고 생각해보면 몇개 안된다는거. 도대체 어떤 요인이 그 사소하고 작은일들을 힘들게 만드는걸까. 특히 되돌아보면, 전체적인 인생에 있어서 정말 티끌만한거가지고 온세상을 원망했던게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 원인은 결국 누적된 스트레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없는 환경에 있는거 같다. 스트레스가 역치에 도달했을때 어느 사소한 이벤트 하나가 트리거가 되어 무너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의 방벽이 슬슬 무너지려 할때 또다른 이벤트는 그 붕과를 가속화 시킨다. 특히 악재(惡材)는 연달아 터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 완전 '멘붕'이다. 차라리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서 회복하는 요령을 익혀놓았으면 충격이 덜했겠지만, 항상 즐겁게 살다가 이런일을 겪어버리니 그 충격이 컸던것 같다. 그리고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철옹성같은 방벽이 부서지니 그 안은 애벌레처럼 아주 작고 취약한 상태라는걸 알게되었다.


되돌아봤을때 어이없던 점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가 부정적인 사고를 머리속에 꾸역꾸역 밀어넣는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이것은 별거 아닌 일이다"라고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었어도, 눈을 감으면 그러한 논리산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부정'의 괴뢰군들이 밀려들어와서 어느새 머리속에 꽉차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우렁찬 함성소리는 다른 모든 내면의 소리를 저 아래로 묻히게 만든다. 이때 다행이었던것은 '음악'이라는 지원군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지원군들을 알고있었고, 어떤이들이 여기에 잘 대응할지를 아는 전략가였다. 몸조차 무거워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의 상태에서, 음악은 나 대신 그들과 맞서싸우고, 그리고 평화의 영토를 탈환해냈다!


스트레스가 쌓일때에는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 해야하고, 유동적인 일을 하면 안된다. 특히 주식이나 로또는 저 멀리 던져놓아야 한다. 평소에는 '어짜피 남는돈이니, 떨어져도 상관없고, 오르면 좋은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런 마음가짐이 삐뚤어진다. 평소에는 눈깜짝 안할일들이 '아 되는일이 하나도 없네..'라는 형태로 변화되어 상심한 마음을 자극한다. 어쩌면 '이거라도 올라서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라는 터닝 포인트, 최후의 발악으로 이를 시도해보는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걸 할때마다 잘됐으면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었겠지, 게다가 나는 내 자신이 뽑기는 절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스트레스, 혹은 낙심은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악성 바이러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무리 의자에 붙어있어도 어짜피 성과 안나오는건 마찬가지고, '내가 왜 이걸하고 앉아있나' 하는 생각만 든다. 바깥공기를 쐬고, 멋진 경치를 보면서 부정으로 감염된 생각을 잊어야, 지워야 한다. 그리고 뜬금없는 소리지만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몸안으로 따뜻한 물을 마시면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고, 시원한 물을 마시면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든다. 단 상큼한 물은 경우에 따라 전혀 끌리지 않을 수 있겠다. (스트레스 받을때면 신기하게도 레몬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그리고 마음껏 배출하자. 또한 시간만이 모든것을 해결해줄것으로 믿고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조심해야할것이 going out of my mind... 될대로 되라 하면서 짜증을 주변에 뿌려대고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이때쯤이면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던것들이 짜증나고해서 분출은 하고 싶은데, 갑자기 누가 시비거는 느낌이 들어버리면(실은 뇌내망상임) 축적되었던 짜증이 한번에 터져나온다. 거의 너죽고 나죽자스타일로 가는데 그때 정신줄 놓아버리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게 무너지게 마련이다. 참기 어렵겠지만 일주일만 참아보자. 시간이 해결해준다.


요근래 직장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1순위로 이제는 '여유있는 삶'이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노는건 아니고, 그나마 여가를 즐길 수 있을정도, 혹은 적어도 바깥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정도?(요 며칠간 벚꽃이 정말 예뻤다) 예전같았으면 커리어 문제도 있고 아직은 젊으니 고생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가한 소리나 하고있네..' 라고 생각했었을텐데. 그리고 특히 '20년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먼 미래까지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요새는 불과 몇년전의 커리어 방향으로부터 완전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며칠전 본 kldp 글(나이 40 넘어가니... 이제 갈회사도 없고.. 늙은이의 푸념..)은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한다.


오늘 다행이도 일이 잘풀리고 주식도 잘 올라서(KT 반등하니까 배가 아픈건 함정) 낙심했던 마음은 하루만에 끝났다. 어제만해도 죽을상이었고 다들 말도 못걸 정도였는데 오늘 웃었다고 놀림받음...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를 해두어야 할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 정리해 놓는다. 나중에라도 다시 이 글이 볼때를 위해 이 말을 적고 싶다 '발버둥쳐봤자 소용없다. 곧 끝나니 정신끈 잡고 음악이나 듣자.' 'This too shall pass(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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