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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교향악단 그레이트 말러 4를 감상하고
작년 2017. 4. 5에 네이버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티스토리로 옮깁니다. 그당시에는 네이버블로그로 다시 옮길까 했었는데 어찌어찌 티스토리로 돌아왔네요. 이번주 토요일에는(4월 28일)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5번을 들으러 갑니다. 아직 기술적인 내용을 올리기는 조금 더 준비를 해야할것 같아서 아마 당분간은 이런 공연후기로 생존신고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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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끊겨서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4. 최근 말러에 귀가 트여서 한참 듣고있었는데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Rachmaninoff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나중에 블로그 재개할때 Buniatishvili의 앨범과함께 내놓을 카드였는데! 엄청나게 바쁜 시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없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예매를 진행했었다. 지난주 금요일 예매했었을때는 공석이 좀 있었는데 막상 당일에보니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 수원 문화수준이 이렇게 높구나 하고 감탄했다.
피아노를 맡았던 Lukas Vondracek이 건강상의 문제로 하차하고 대신 한지호님이 그자리를 대신하였다. 이둘은 Queen Elisabeth Competition 2016 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했는데, 유튜브에 Rachmaninoff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동영상이 있어 둘의 성향을 비교하는것도 나름 재미있을것 같다. 이 곡에서는 Liszt와 Chopin을 동시에 연상시키는듯한 '날카로운 낭만파'스러운 느낌을 포인트라 생각하는데, 이런 느낌은 대개 서구권 연주자들이 비교적 잘 표현하는듯 하다.
Lukas Vondracek - https://www.youtube.com/watch?v=dlrqnlsOBok
한지호(싱크가 약간 안맞음) - https://www.youtube.com/watch?v=6AQVFYzrqL4
비교적 앞쪽에서 연주자의 옆모습과 건반을 지켜보면서 그 열정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다. 다만 아쉬웠던점은 오케스라와 피아노 소리의 조화를 위해서였는지, 제 소리를 서로 낮춰놔서 각자의 포텐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쉬움을 젖혀두고 열심히 박수를 친결과 앵콜곡이 한곡 연주되었는데 Chopin의 Prelude, Op. 28, No. 15 (빗방울 전주곡) 을 연주한것으로 기억한다. 아닐수도있고.. (하루지났다고 벌써 가물가물하네) 혹시나 해서 검색했더니 역시 연주 동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다.
Chi Ho Han – Prelude in D flat major Op. 28 No. 15 (third stage)
https://www.youtube.com/watch?v=V7ZvvTUjVO4
그에 이어서 15분?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Mahler 교향곡 7번 (밤의 노래)가 시작되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전 연주에 비해 훨씬 강화된 웅장함과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관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연주자들 귀건강이 걱정될 정도였다(물론 좋았음). 연주 성향은 전체적으로 Abbado라는 모범케이스를 충분히 소화한 상태에서 Bernstein의 역동성이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좋은 연주였고, 다음 말러 시리즈가 기대된다. 참고로 좋아하는 지휘자들을 무게감으로 비교를 해보자면 Abbado - Bernstein - Dudamel 으로 들 수 있겠는데 아무래도 교향곡 7번은 Abbado의 느낌이 더 잘어울리는듯하다. 대신 교향곡 5번은 Dudamel에 한표.
무게감이라 한다면 주식에서의 무게감과 느낌이 비슷한데, 한참 끓여놔도 우직하고 묵직-하게 움직이는 대장주의 위엄을 드러내는 그런 무게감을 의미한다. 처음 듣게되면 '왜이렇게 뒤로 끌리는 느낌이 드는거야 답답해..'하는 느낌이 들수도 있지만 계속 듣게되면 그 자체가 포스로 느껴지는 시기가 온다. 요즘들어 느끼는건데 배트맨같은 영웅물 영화에서 최종보스가 등장할때 나오는 위엄있는 음악, 이런 음악을 이해하는 시기가 온것 같다. 이것이 교향곡의 묘미인가. 예전부터 Wagner, Bruckner, Strauss, Mahler등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닌가 생각했던적이 있었는데 생각을 다시 바꿀 때가 온것같다.
감상후기라고는 했지만 감상평은 별로 없고 개인적인 취향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처음 접하고 이를 막 이해하려는 찰나에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들이 매우 소중하다'는것을 최근들어 느꼈기 때문이다. 나중되면 그것이 익숙해지고 당연해져서 초반에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이를 되살릴수 없게되기 때문이다. 대학교와서 처음 깨닫게 된 된장과 청국장의 참맛, 그때의 감격을 지금에 와서 떠올리라면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따끈따끈한 신기술을 막 이해했을때의 그 감격, 그런것들이 요즘에는 '간단하지만 옛날사람 등쳐먹기 좋은기술'이라고 치부해버리는 나자신을 보면서 그런 순수성을 글로나마 기록해놓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교향곡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취향에 대한 풋풋한 기억을 여기에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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