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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돌은 박힌돌을 바꿀수있나

회사에서 면담을 했다. 출세에 별 미련이없어서 항상 수다떠는 마음으로 가볍게 임하는 편이다.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 부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따지고 드는 사람'을 싫어한다. 음악/미술 취향과 마찬가지로 나는 인상주의적 삶을 추구한다. 공상과학영화의 영향으로 두뇌의 상당부분을 컴퓨터에 offload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장착되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또한 모호함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상상력의 공간을 즐긴다.

 

인생에서 너무나 느껴야할게 많기은데 하나붙잡고 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짜증이난다. (그런데 하나만 파는 개발자??) 그리고 성향상 뜨개질같은 하나가지고 차분하게 해야하는것을 잘 못한다. (그런데 한곡에 1시간짜리가 허다한 클래식음악 애호가??) 이런것을 생각할때, 하나의 대상에 대한 소요시간이나 집중도가 문제가 아니고, 말그대로 숲이아닌 나무에 집중하는 태도를 싫어한다고 볼수있다. 도로에 속도제한이 걸리는 것보다 도로에 과속방지턱이 많으면 더 짜증나는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글에서 메시지 대신 맞춤법가지고 딴지거는 부류가 가장 짜증. 

 

일일히 따지고 드는 분위기는 일의 속도감을 떨어뜨려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일을 재미로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참 속편하게 사는것처럼 보일것이다. 유독 우리팀에는 따지고드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나이의 영향도 있겠지만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회사는 철저히 갑의 지시에 맞춰서 제품을 개발한다. 특히 옛날에는 대놓고 갑질하고 쌍욕하는 분위기었다고 한다. 그런상황에서 하나라도 실수가 있으면 안되고, 갑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이 나와야 한다. 이런 환경이었으니 일일히 따지고 드는 태도는 당연한것.

 

그렇다고 그런 문화가 계속 남아있는게 맞는건가? 기존 박힌돌들의 관성을 바꾸기 힘든상황에서 굴러온돌이 순응해야하는건가? 사실 폐쇄적인 우리업계에서는 굴러온돌들의 위치가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다. 어짜피 (n+1)th generation 기술이라도 이전세대의 기틀에서 evolution되는 구조이기 떄문에 신기술에의한 고인물들이 물갈이가 이뤄지기 어렵고, 오히려 고인물들의 이전세대 기술에대한 경험이나 능력이 누적되어 더욱 그들을 공고하게 만든다. 팀 매니저 입장에서는 일잘하고있는 박힌돌을 변화시킬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가 꽤나 어려운 환경이다. 

 

박힌돌이나 팀매니저가 꿈쩍않고 있으니 뭐가 될리가 있나. 결국에는 굴러온돌이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만약 이에대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또다른 박힌돌이되어 후배들을 괴롭히고 있었겠지. 바꿀 방법이 없으니까, 그게 현실이다. 지식의 토대가되는 소설(문서)들은 하나같이 함축적이고 친절하지않아서 그것을 외울정도까지 봐야 그나마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된다. 그 경지에 오른 고인물들은 마치 자신만이 그것을 이해할수 있는것마냥 지식을 뽐내고 유세를 부린다.

 

딱 군대상황과 비슷하다. 몇개월 일찍들어와서 단순업무에 쪼금 더 익숙하다고 꼽주고 갈구는 선임이랑 똑같은 상황인것이다. 적절한 멘토링과 함께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건데 본인의 즐거움/안위/편의/보상심리를 위해서 지식을 친절히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물론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돈을 받지도 않는데 후임을 친절하게 가르쳐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잘되자는걸 인위적으로 막는처사에는 치사하고 더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하지만 대처할 방법은 있다.

 

우선은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해준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타고난 재능을 요구하지않는 업무라면 반복경험은 누구나 비슷한 경지에 수렴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되면 계급장뗐을때 누가 누구에게 뭐라할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단, 문제는 선임의 훼방 및 가스라이팅으로인해 성장속도와 자신감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될때 업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모두에게는 심리적인 침입에 저항할수있는 기간이 있는데 그기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게되면 모든것을 포기해버리게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업무적응시간을 단축시키는게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적 네트워킹이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인물들은 고인물들의 내부그룹을 형성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가 쉽지않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의 도움없이 오롯이 스스로가 이 문제를 맞서야 할텐데, 이를 위해서는 '1명이 2명이상이 되는 기적'을 행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것이 systemization 및 컴퓨팅 능력이다.

 

기존 반복업무로부터오는 적응스트레스는 루틴화/템플릿화로하여 최소화 시킬 수 있다. 하다못해 메일 제목 하나 짓고 단어선택하기도 매번 스트레스인데 이를 템플릿화해놓으면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히 감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업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놓으면 혹시라도 놓치는 부분이 감소하고 알수없는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템플릿을 작성하면서 심신의 위안 뿐 아니라 업무 자신감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컴퓨터 활용능력은 업무효율을 높인다. 중복업무를 막아주고 일관성을 유지해준다. 매크로 및 스크립트/툴을 통한 업무 및 정보습득의 자동화를 통해 정보를 최신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내/외부 문서의 체계적인 정리와 자체 검색엔진 구현을 이뤄낸다면 모르는 부분이라도 키워드 검색만으로 손쉽게 찾아내어 답변해낼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업무에 AI(비스무리한것)를 도입하게 되면 파편화된 정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굴러온돌이 박힌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1인 이상의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것이 컴퓨팅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세대가 이전세대에 대항하여 내세울수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엄청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성공적인 굴러온돌이 되느냐, 성공적인 박힌돌이 되느냐의 문제에서 대부분 성공적인 박힌돌을 추구하겠지만, 나같은 아웃라이어들은 박힌돌이 될바에는 퇴사를 선택할것이고, 아니라면 언제나 그랬듯 답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힘든 과정을 감내하는 동안에는 공감할수 있는 사람과 음악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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