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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마요네즈를 보고

일이 밀려있는데 일은 하기싫고, 그렇다고 일찍 자자니 체한것때문에 속이 울렁여서 잠이 안와서 대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오늘 본 영화는 우스다 아사미 주연의 호박과 마요네즈. 나는 몸이 안좋거나 기분이 안좋을때면 액션 영화를 보거나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보곤한다. 그러면 좀더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영화를 보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영화감상의 정신적 효능?을 알게되었고, 그것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특정 상황에 어떤 장르의 영화가 나에게 맞는지 알게되었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화와 시간을 허비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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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주인공인 츠치다(27세) 와 두 남자친구인 세이치와 하기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일상을 다룬 영화이다. 츠치다는 소공연장에서 스탭으로 일하다가 보컬로 활동하는 세이치를 보고 반해 동거를 시작한다. 세이치는 상당히 이상주의적이라서 남들이 작업한것을 까내리지만, 정작 본인은 백수로 집에서 기타치며 돈과 세월을 낭비한다. 츠치다는 스탭으로 버는 돈으로는 그들의 끼니를 때우기도 부족한 처지라, 유흥업소에 취직하고 몸을팔아 돈을 벌어온다. 언젠가 세이치가 보컬로써 성공하는 날이 오겠지 기다리며..

 

츠치다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되니 매우 당황해한다. 막상 돈을 벌겠다고 왔는데 점점 심해지는 수준을 보며, 이거 해도 되는건가? 하는 내적 갈등이 계속되고 이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막상 마음 다잡고 두둑한 화대를 받고선 집에왔더니, 세이치가 집에있던 악기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팔아서 푼돈이라도 건지겠다는 셈이다. 돈이없어 음악을 포기하려 하는것으로 본 츠치다는, 자기의 화대를 내밀며 그 악기들을 살테니 팔지 말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세이치가 화대를 모아둔 담배곽을 발견하게 되면서, 츠치다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된다. 세이치는 이에 각성해서 백수모드를 벗어나 n잡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려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 둘은, 서로 말은 안했지만 둘의 관계가 끝났다는것을 느낀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전 남자친구였던 하기오를 만나게 된다. 츠치다는 하기오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올정도로 그를 너무나 좋아한다. 이전에 사귀었을때, 하기오는 츠치다를 가볍게 생각했고, 츠치다는 그런 하기오사이에서 생겨난 아기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헤어졌었는데 이번에 또 츠치다가 하기오에 다시 정신이 팔려서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면서 그녀는 내내 '난 내가 뭘하는지 모르겠다'고 계속 중얼거린다. 어느날 츠치다는 하기오가 항상 자기 옆에 있을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하기오는 성격상 그럴수는 없는 모양이다. 츠치다는 그가 그런 남자인줄 알면서도 만나야하나 말아야하나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런 츠치다 옆에있던 동료는 둘중에서 고를 필요없이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라고 한다. 

 

어느날 (아직 공식적으로 이별하지 않았던) 세이치는 샤워를 하면서 츠치다에게 이별통보를 한다. '착실한 남편과 아기낳고 살으라며.' 아마 세이치는 그녀와 함께살면서 그녀의 성향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자신과 그녀가 같이 있을 수 없다는것으로 판단하여 단호하게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츠치다는 세이치와 하기오 둘다와 공식적으로 연을 끊게 된다. 시간이 지나, 츠치다는 소공연장에서 스탭일을 계속하다가 세이치와 마주치게 되는데, 세이치는 드디어 자기가 제대로된 곡을 썼다면서 츠치다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그 노래에 츠치다는 눈물을 흘린다. 마치 그동안 겪었던 일들과 마음고생들이 이 노래로써 위로받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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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은 위와같이 쪼금 자극적이지만, 소재가 자극적일 뿐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일반적인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어떤 사람을 어떤 면에서 좋아하고,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과 어떤이유로 헤어지게 되는지 보여주는데,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그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이입된다. 츠치다의 독백, 그리고 마지막의 노래에서 나타나듯 이 영화의 중심은 길을 잃은 청춘들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이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며 고통스러워 하고 욕망과 이성사이에서 무수한 갈등을 한다. 어떤것이 정답인지는 그 누구도 알수없고 그저 삶을 살아가며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지 츠치다는 이러한 무수한 경험들을 통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일 것이다. 그녀는 세이치의 차분한 노래소리로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반대로 하기오로부터는 짜릿한 쾌락을 즐길 수 있었다. 아마 제목이 호박과 마요네즈인것은 이 둘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을것이다. 호박도 호박나름의 매력이 있고 마요네즈도 마찬가지인데 무엇을 내가 좋아하고 옆에 둘지는 먹어보면서 내가 고르는것. 극중에 언급된 '착실한 남편'은 그럼 '밥' 정도가 되려나? '호박맛 마요네즈'라는게 있으면 최상의 조합인걸까? 그것은 추측만 해볼수 있지 알 수 없다.

 

주변에 결혼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지성으로 (외모적으로 자극적인) '마요네즈'가 좋아서 결혼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나서는 잠깐느꼈던 행복했던 생활을 지속하지 못한채 고통속에 살거나 큰 손실과 함께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느 누구도 누군가에게 호박이 어울리는지 마요네즈가 어울리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것과 어울리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같이 여러 경험을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면 자기가 어디에 더 어울리는지 알 수 있게 될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청춘의 방황은 서투르지만 뜻깊고 애틋한 경험이다. 문득 옛날 (미화가 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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