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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보고
블로그를 무리해서 일찍 재개한 이유중에는 우연치않게 접한 이 영화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느낀 이 감정을 잊지않고 기록하기 위해서.. 만약 10년전에 이영화에대한 감상문을 쓰고 지금와서 그 감상문을 다시본다면, '그때는 틀렸었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지금쓰는 감상문은 10년후에 보더라도 '그때는 맞았다'. 라고 할것같다. 그이유는... 영화에대한 괜한 감정몰두일지는 모르겠지만, 2개로 나뉜 영화의 흐름을 시간의 흐름으로 생각한다면, 전반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껍데기로 나를 감싸고 보호하려고 했던 어린시기, 후반부는 참다운 나를 찾고 추구하는 성숙한 시기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상수 감독도 자전적인 영화를 추구한다고 봤는데,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었으면 정말 비슷하게 내 삶을 담아낸 영화를 만들어 보고싶다. (아직 그의 다른 작품들을 안봐서 잘은 모른다
전반부(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는 주인공인 영화감독이 주변여자들에게 수작질하는 것을 행동이나 심지어 독백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의 특징이 찌질미라고 하던데, 정말 찌질하게 속으로 여자들을 재고있는 모습을 잘표현해냈다. 그리고 더듬더듬 부자연스럽고 답답한 찌질한 대사를 정재영님은 눈빛이며 행동거지와함께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처음 볼때는 너무 답답해서 빨리감기를 누르고 싶을정도였다. 내가 언제까지 이 말도안되는걸 보고있어야하지? 라고해서.. 하지만 예전 언젠가부터 깨달은것은, 이런 잔잔한 진행을 통해 배우의 감정이 내 마음속에 적셔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흐름을 이해하려고 꾸욱 참았다. 나중에는 그래 이런 캐릭터구나. 하고 그나마 마음이 좀 진정이 되었다.
수원 화성에서 만나게된 김민희님은 화성행궁에서 자기가 제일좋아한다는 대청마루에앉아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사람이다. 원래는 잘나가는 모델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회의를 느끼고(말도 안되는 일, 아무 미래도 없는 일, 불안한 일, 가치없는 일), 그래서 하얀 종이와 펜만 있으면 가슴이 뛰는 미술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매일 살면서 뭔가를 느낄 수 있고 이를 확인하는것에 만족하며 산다고 한다. 아주 여리여리하고 순수한 모습이라 영화감독의 수작에 점점 넘어가는것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횟집에서 술먹고 벌어지는 끝없이 진행되는 영화감독의 작업질을 보면서, 이래서 19금을 붙여놨구나 생각했다. (영화에서 이런것도 보여주네.. 하면서도 뭐 돌은 던지지 못하겠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가 없는것에 진심으로 마음아파하는 사람이었고 왜 그런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사람이다.
횟집씬이 끝나고 지인들과의 술자리 씬이 끝나고 영화 GV(Guest Visit) 시간이 되었다. 항상 허리를 굽히고 더듬거리며 말을하던 영화감독은 처음으로 소리를 내지르면서 그의 울분을 토해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것같고, 그럼으로써 다른종류의 것들을 발굴하려한다', '여러 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그런것들을 표현하면 말이되겠지만, 영화라는것, 저자신, 경험한 모든것, 여러분들의 삶도 그런 말들과는 상관이 없다. 말의 힘, 어떤 대단한것들이 있다고 말들을 찾는 난리인지 모르겠다. 중요한 말이라는건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것들은 방해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글쓴이) 나 자신을 몰랐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자신을 찾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것은... 내 자신을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표현하고 장식하려했던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참다운 나를 표현하지 못하였고, 그런것들이 오히려 나의 모습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채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인식하지 못한채 언어의 껍데기로 둘러싸인 나를 남들에게 드러내는 과정은 자연스럽지 않았고 나 자신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이영화에서는 찌질한 감독의 모습으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극대화하여 표현한게 아닐까... GV가 종료되고 시인이 건네준 시집앞의 이런 글귀가 이를 아름답고 함축적으로 표현해낸것 같다.
후반부에서는(지금은맞고그떄는틀리다) 영화감독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동일한 이벤트들이 진행된다. 전반부에서 숙소 창문을 열고 여자애기를보며 혼자서 고민하던 장면이 없어진것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감독의 내적갈등이 없어지고 솔직해지고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여전히 수작질은 부리긴하지만, 이전처럼 누군가를 띄워주면서 말도안되는 끝없는 칭찬을 하는것에서 벗어나서, 본인의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으로 변하였다. 작업부리던 남자가, 상대여자가 열심히 페인팅해놓은걸 가지고 '상투적인게 편하죠? 남자한테 위로를 먼저 받으시고 예술을 하세요' 이러고 있으니.. 작업멘트로는 꽝이지. 하지만 그것이 그남자가 느낀것이었다. ('나름대로 솔직하려고 하는거에요')
그리고 횟집이벤트가 끝나고 지인들과의 술자리씬 부분에서, 중년남성분이 밖에서 열심히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을 약 10초정도 보여준다. 그이후 그 중년남성은 술자리씬에 등장하지 않는다. 전반부에서 드러난 그의 역할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좋은말로 동조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통해 '본인의 솔직함을 찾지못한채 나이들어 껍데기만 두꺼워진' 전반부 영화감독의 과거이자 미래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후반부에서 영화감독의 성향이 변하자 그는 사라진것이다. 후반부에서 변한 영화감독은 여자들앞에서 옷을벗는등 온갖 기행을 벌이며,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에게까지 평판이 안좋아지지만, 그의 본심을 느낀 김민희에게는 그런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홍상수와 김민희의 관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그들이 어떻게 하다 그런 엄청난 선택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것 같다. 김민희는 그둘의 교제로 가슴뛰는 관계이자 진정한 친구를 찾아낸것 같다.(그녀역시 그녀의 껍데기로인해 그동안 깊은관계를 맺지못해왔던건 아닐지..) 홍상수는 '마음이 황폐한 시기에 상대가 딱 반대되는 참 착한사람이라서, 살기위하여', '잡생각없을때 둘이 뭔가 이뤄내기위해' 일찍 결혼했지만, 그의 인생의 후반부가 시작되고 태도가변하며 정말 솔직한 마음으로 본인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하기위해 그런 결정을 하게된것같다.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지만, 그런 과거였다면 그동안 이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연민도 느끼게 된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것을 느끼지 못하는 어린나이에 일찍 결혼했었다면, 그러다 노년에 이 영화를보게된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하는 생각을 한다.
BGM - 봄이 오면
1.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2. 봄이 오면 하늘 위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캐는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어주 3.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종달새 되어서 말 붙인다오 나는야 봄이 되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이 되어 웃어 본다오
봄이오면.(우리가곡) 신현식 korean Art Song - Spring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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