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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사이에서의 밸런스 (감정잔고)
지난글(2021.06.19 - [Smalltalk/Report] - 제7의 봉인, 나라야마 부시코, 아무르 를 보고)에서 잠시 언급했듯, 회사에서 상담기관과 연계하여 심리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치킨 기프티콘을 준다고 했을때 신청하려다가 말았었는데, 이번에 홍보메일이 다시 왔고 이번에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얹어준다고 해서 신청하기로 했다. 마침 요즘 고민되고 있는 문제가 있던차여서 좋은 기회라 생각하였다.
여러 심리적 문제점들이 느껴지는 요즘인데,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맟추는 문제'에 대해 다루기로 하였다. 밸런스라함은 결국 하나를 포기하고 하나를 얻고의 문제인건데, 문제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 그 어느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마음속 한켠에서는 한쪽으로 결정이 난 상황이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상담을 통해서 제 3자로부터 확인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차라리 일을 포기하는쪽을 택하기로 한것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온 단어중에 '감정잔고' 라는 게 있었는데 이 단어가 나의 선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것 같다. 감정잔고란, 마치 우리의 통장잔고처럼, 감정활동중에 생성되는 감정에 대하여, 넘칠때는 잔고에 채워넣고 모자랄때는 잔고에서 꺼내쓸 수 있는 감정 및 교류의 잔량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는 가정을 꾸리며 겪게되는 다양한 이벤트(대개 감정 소모가 필요한) 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정의 버퍼 또는 안전마진 정도로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특히나 정서의 형성이 이루어지는 어린 시절에의 감정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는 바, 이 감정잔고를 일찍부터 채워놓는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FIRE족 마냥 초반에 극한으로 감정잔고를 채워넣고, 이후에 조금씩 써가면서 지속적인 정서경제활동을 하는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다. 부모가 일에 몰두한 나머지 아이를 챙기지 못하다가 한참후에 여유가 생겨서 아이와 소통하려 할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고 교류가 이뤄지지 않게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보았다.
지난글에서 적었듯,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고 그 기억을 회상하며 흡족하게 생을 마감하는것이 나의 목표인 이상, 이 감정잔고를 잘 유지하면서 가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것이 은행잔고를 두둑하게 하는것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일은 언제하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극단적인 나에게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조언은 '너무 상대방에게 잘해주려 하지 말고, 대신 상대방이 요구하는것을 거절하지 말라'라는 것이었다.
내가 상대에게 뭔가를 해주려 하지만 상대방은 이를 원하지 않을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좋아할 것이다' 라는 생각은 나의 관점인것이고, 나의 욕심일 뿐이다. (부모님으로부터의 원하지않는 과도한 사랑을 생각하면 된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것을 정말 원한다고 '표현'했는데 이를 내가 거절하게 된다면, 나와 상대방 둘다 불만이 생기게 된다. (저쪽은 기껏 말했는데 거절당해 짜증나고 나는 상대가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짜증내고) 따라서 이러한 관점차이를 명심하게 된다면 서로가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나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나와 가족과의 인터랙션을 현명하게 잘 해나가는것이 일과 가정사이에서의 밸런스 또한 맞춰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솔루션이 되게 간단해보이는데 그 '현명한 인터랙션'이라는것 역시 밸런스의 문제인것 같다. 그런데, 부모로써 자식에게 주고싶은 사랑을 조절하는게 가능할까? 마냥 퍼다주고 싶을텐데.. 그리고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갈구할텐데.. 정많은 호구는 이런 걱정을 하느라 삶이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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