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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풍경을 보고
영화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다른 영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Koyaanisqatsi: Life Out of Balance" 영화는 태초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는 인류의 발전상황을 다양한 촬영기법을 사용하여 보여주며, '균형을 잃은 삶'이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직접적인 대사는 전혀 없지만, 우리는 이를 보면서 '언어'라는 상징매개로 주제가 한정되지 않아 오히려 더 방대한, 내면적인 깨달음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Koyaanisqatsi 영화와 음악은 아래 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관련글: 2013/05/01 - [Music/Classical] - Philip Glass - Koyaanisqatsi OST
영화 '풍경'에서는 배경음악이 없는대신, 전체에 비해 아주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개개인의 꿈에대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 대사와 풍경을 근거로 하여,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접근방식이 익숙치 않다면 이 영화는 그저 미지의 장소에 대한 관광(sightseeing) 혹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데에만 머무르게 될것이다... 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관광만 열심히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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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를 맞이해서, 외국인 노동자 그들의 진솔한 꿈에 대해 들으며 2014년을 향한 우리자신의 꿈을 다잡아보기 위하여 이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영화에 대한 평과 글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더 호기심때문이라도 보았던건지 모르겠다. 원래 다큐나 실험장르를 좋아라하기에 부담은 없었는데, 이영화는 막상 글으로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고자 하니 쉽지가 않다.(글이 왜 별로 없었는지도 이해되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고정된 앵글에서 최소 5초이상 한곳을 응시하는, '풍경(scenery)'을 전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할당되어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활동사진(motion picture) 전시회에 온 기분이었다. 장면 하나하나에 내포된 의미와 의도를 파악해내려는 시도는, 너무 생각을 깊게 하려해서인지 깜박 졸면서 실패로 끝났고, 대신 '풍경' 그자체에는 숨겨진 의미가 없다라는 자체적인 결론을 내린 후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을 감상하기로 하였다.
'풍경'들의 배경이 된, 9개국에서 온 14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꿈'은, 가슴벅차고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어딘가에 대한 '위대한 결심'을 다루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 자체로서의 '꿈'이 아닌, 매일매일 우리가 수면중에 느끼는, 시각적인 환상으로써의 '꿈'을 의미한다. '당신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라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질문 대신 '한국에서 꾼 기억나는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의 꿈은 다양하다. 대부분이 타향살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한, '가족을 비롯한 모두를 만나는 꿈'이거나, 혹은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힘든 삶을 투영하는 꿈, 그리고 자신을 해하는 귀신 꿈까지.. [누군가는 이것들에 프로이트를 들먹이며 각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현실과 상상에 대한 시각적인 '풍경'을 나타내고자 한 이 영화의 관점에 비하여 너무나 편협한 해석일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작가 자신이 사회의 모습을 고발, 비판하고 들춰내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밝혔듯, 깊은 안쓰러움을 느끼거나 혹은 한장면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는것은 좋지 않은 접근방식이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인터뷰이(interviewee)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그들의 주위에서 보여질만한 장면(scene)들을, 제 3자의 지그시 바라보는듯한 시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며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준다. 하지만 어떤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느낌 혹은 이미지들을, 그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위치를 모티브로 해서 표현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내국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숨겨진 그들의 동선을 답습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발견하고 가만히 기다리며 적당한 구도와 광각 카메라를 사용하여 영상을 아름답게 촬영함으로써 그 현장을 '풍경'으로 미화시키는 '사진기사'들이 생각난 것이다. 이 작품이 단순한 예술작품, 혹은 인상(impression)의 기록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일반인에게 인식될만한 확실한 주제의식이 있어야 할텐데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는 그런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주요 역할을 담당할 '꿈'이라는 도구가 영화상에서 없어져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것은 주제에 대한 취약점을 드러낸다.
물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이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 (육/심적)고통, 소망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친절한 작가는 제주도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제주도 풍경을 삽입하고 작업장에 있는 코끼리를 보고 실제 풀뜯어먹는 코끼리를 등장시켜준다. 이와같이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가 우리의 마음 또한 위로해주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이러한 안타까움과 위안등과같은 감정이 매우 잔잔하게 진행되는 영화이다.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하나의 장면에 이/몰입해서 보는 경우에는 그 감정은 더욱 깊어지겠지만, 쉽지 않을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뜬금없이 강남 한복판에서 시작된 거친 내달림은 어느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멈추게 되고, 이후 하늘을 보며 영화가 끝나게 되는데, 물론 이 장면이 외국인들의 공포심을 대변한다는 의미는 알 수 있겠지만, 다른 영화에서와 같은 감동은 없다. 위에 언급한 Koyaanisqatsi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천천히 추락하는 인공위성을 볼때 가슴이 먹먹했던 경험과는 반대의 상황이다.
이 영화는 how it's made 시리즈를 생각나게 한다. how it's made에서는 중심 소재에 대해 포커스를 두고 카메라를 그에 밀착하고 따라다니며 친숙하고 역동적인 대상의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잠깐 나오는 14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면 카메라는 광각으로 멀리 떨어져서 고정된채로, 친숙하지 않고 정적인 정해지지 않은 대상, 즉 '풍경'을 찍는다. 우리사회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풍경의 일부분으로써만 존재하는 그들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고자 한것일진대, 이는 how it's made에서의 공정을 이루는 기계들을 보는것같은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본 후 감독의 인터뷰를 읽보았을때 '내가 너무 많이 생각하려 했구나'라는 허탈함 마저 느끼게 되었다. 중간에 연결고리 없이 나오는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인사동에 매일 있다는 이유로 삽입된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어쩔수 없겠지만) 죄다 '사실' 또는 '보여지는것'에 집요하게 매달려서 그렇게 긴 글을 써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알베르 카뮈를 불러온 어떤 글을 보자니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나 알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평들이 다 그런식이다. 차라리 장률감독의 인터뷰를 읽는것이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호평을 하려고 한곳에 초점을 두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는데, 쓰던것을 깔끔하게 다 지우고나니 차라리 마음이 후련해졌다. 아래에 장률감독과의 인터뷰를 링크해놓았다.
[인터뷰] <풍경> 장률 감독 “우린 모두 이방인이다” (맥스무비)
"묵묵히 일하는 그들이 내 꿈에 들어오면 어떨까?" -최희숙작가 인터뷰
풍경 (Scenery) 예고편 (trailer) HD Ver.
How its made pring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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