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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풀잎들을 보고 (+OST 정리)
지난글('Ravel - Ma mère l'Oye (어미거위 모음곡) 악보')에서 드라마에 삽입된 클래식 OST를 정리하면서, 예전에 쓰다만 영화 풀잎들 OST 정리글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삽입음악만 나열하는거면 크게 어렵지 않지만, 그 음악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를 끄집어내는것은 (특히나 홍감독 작품에서) 여러 사실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흩뿌려지고 모호했던 객관적 사실들은 그런 생각의 과정을 통해 아주 미세한 힌트의 싹으로 피어나고, 그것에 살을붙이면 의미있는 메시지의 줄기로 자라난다. 그런 과정을 누군가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관심을주며 지켜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과정은 그저 기약없고 의미없는 물주기일것.
홍상수 감독의 영화 풀잎들에서는 유달리 배경음악이 거슬릴정도로 강조가 되어 작품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것은 실제로 카페에서 음악을 틀어놓은 채로 촬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배경음악이 깔린상태라면 배우들이 더욱 연기에 이입할 수 있을수도 있겠다 하는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언급을 하자면, 이 영화가 주로 촬영된 곳은 '카페 이드라' 라는 곳으로(사장님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다는 대사가 나옴),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두곳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안국역쪽에 있는 카페다. 영화의 여운을 안고 영화관과 가까운 인사동쪽에 있는 카페에 갔다가, 기대와는 전혀다른 모습에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혜'라 혼자 착각하고 슬퍼했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안암골'이라는 황태구이집도 안국역쪽에 있다.
우선 OST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Franz Schubert - Impromptu No. 3
2. Richard Wagner - Lohengrin Prelude
3. Richard Wagner - Tannhäuser Overture
4. Stephen Foster - Oh! Susanna
5. Jacques Offenbach - Orpheus in the Underworld Overture
6. Johann Pachelbel - Canon in D Major
7. 김아림 - 우리들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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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자료들을 정리하고 다른영화들까지 다시보면서까지 하면서 열심히 글을써내려가다가 미련없이 모두 지워버렸다. 그냥 나의 내공이 이 작품을 나만의 글로 풀어내기에는 아직 모자라다는 생각이다. 객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하며 순간의 감상을 끄적이는 수준이지, 외부의 생각과 지식들의 도움없이 정말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글을쓸정도는 아닌것같다. 단지 남이 풀어놓은 해석을 가져다 끼워맞추는것이 무슨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면 뭔가 두려운게 나올까봐' 라는 대사가 생각이났다.
그저 왜 제목이 '풀잎들'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하나의 화분에서 함께 엮이며 자라나는 풀잎군상들을 영화에서 보여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비와 담배빵에 시달리며 흔들리지만 어쨌든 하나의 화분안에서 서로 엮이며 꿋꿋이 자라나고 있는 풀잎들이다. 사람이 죽어가도 전혀 내색하지 않을수있는 '배우들'이 풀잎들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데, 과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걸까? 쓰고있는 껍데기는 서로 다르지만, 풀잎들을 보며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걸까? 많지않은 다른 기사나 리뷰글들을 보면 뭔가 내용은 많은데 결국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한 핵심이 없어서 아쉬웠다. 나는 유치하지만 이렇게 결론내리고 싶었다.
'이제 저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될까, 저런 잘못을 저지르고 얼마나 당당하게 이삶을 생활해나갈까, 다시 사랑에 빠져서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인 사람이 죄의 댓가를 치르지 않고 다시 당당해질수 있을까? 저사람은 오늘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것인가.' 로 영화 도입부에 등장한 김민희의 독백이 있고나서,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아래의 독백으로 그 하루동안의 일들을 마무리짓는다. 비록 말도안되는 변명과 껍데기로 가득한 하루였지만, 그리고 누구는 가식을 말하고 누구는 진심을 이야기 하였겠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그런 (사랑등의) 감정들과 함께 그런 군상으로써 그 화분속에서 함께한다.
'사람들이 만나는구나, 서로 감정이 부딛히고 감정으로 힘을내고 아무 상관도 없던 삶이 엮어지고 서로 같이 서서 있게되는구나, 숨겨서 먹는 소주가 왜이렇게 맛있어보일까, 저렇게 숨겨서 마시는걸 해보고싶은데 내가 그럴일이 있을까? 왜 저렇게 친하게구는걸까? 저게 정말일까? 정말이면 정말 좋겠다. 결국은 사람은 감정이고 감정은 너무 쉽고 너무 힘있고 너무 귀하고 너무 싸구려고 너무 그립다. 그렇다 지금은. / 죽은 사람을 팔아서 지금을 행복하려 하는거니? 그러면서 염치도챙기고, 잘한다, 그래 산사람은 살아야되고 지금은 너무 귀한거니까, 너희들이 부럽다. 별거아닌것들, 다 죽을거면서, 죽은친구가 옆에있어도 자기죽을건 생각안하는것들, 그러니까 저렇게 단정하구나, 예쁘고 단정하게 잘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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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풀잎들' ost 김아림- '우리들 사이에서'
Traditional American Song - Oh Susanna
I come from Alabama with my Banjo on my knee
I'm goin' to Louisiana my true love for to see.
It rained all night the day I left, the weather it was dry;
The sun so hot I froze to death—Susanna, don't you cry.
Oh! Susanna, do not cry for me;
I come from Alabama, with my Banjo on my k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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