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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없는 잡생각
나는 예전부터 (결혼은 남자에게 큰 손실이다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으면서도) 아이 교육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잠깐 얹혀살았던 삼촌이 놓고간 루소의 에밀 책을 중학교때 우연찮게 감명깊게 본 이후부터 꾸준히 이부분을 생각해왔다. 나의 부모님은 사랑으로 나를 키우셔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시긴 했지만, 삶에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지 못하셨다는 것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교는 왜 다녀야하고 공부는 왜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삶을 살고 배워나가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에, 그냥 학교에 출석하고 그냥 시험문제를 풀었다. 수학은 초등학교때 원뿔과정부터 손을 놓아버렸고 단순암기는 하기가 싫어서 암기위주의 내신은 관리조차 안했다. 시험보기 하루전에 그냥 책한번 훓어보고 감으로 객관식 문제를 찍어 제출하는 버릇은 중학교때부터 들여놔서 대학교때까지도 그래왔다. 당시에는 성적표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에 옛날 성적표를 찾아봤더니 아주 처참했다. 근데 그당시에는 나도 부모님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런상황에서 나는 참 운은 좋았던것 같다. 상대적으로 낮은 학업성취도의 초/중학교에서 주변 친구들과 아무런 생각없이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연합고사 준비 없이도 꽤 높은 학업성취도의 고등학교에 운좋게 들어가서 주변 친구들을 따라서 공부 흉내도 내보고, 재수를 작정하고 망친 수능점수였음에도 운좋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기대했던 프로그래밍분야가 아닌 적성에 맞는 다른 전공분야를 알게되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우연찮게 한참 뜨는 기술을 공부하게 되어 이 기술을 사용하는 회사에 취업준비없이 합격하고, 여러 팀을 옮겨다니다가 우연찮게 현재 팀으로 와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투자공부에 빠져살면서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희안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온 과정을 밟아왔다.
물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된것을 기적으로 생각하고 두번다시 살더라도 지금과 동일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아쉬운것은 이 모든 흐름이 내 의지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그저 (어머니의 헌신적인 기도덕분에) 운이 좋아서 이렇게 된것같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어렸을때부터 뚜렷한 목표를 가졌거나 또는 좋은 조언들을 주변에서 들을 수 있었다면 좀 더 수월하고 완성도높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다못해 공부는 어떻게 하는것이고 진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만 있었더라도 지금과는 꽤나 다른 (더 나은) 삶을 살았을것으로 생각한다. 인생의 과정과정마다 삽질의 연속이라 나 자신도 힘들었지만, 수많은 삽질중에 주변사람들에게 폐도 많이 끼쳤어서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방황과 도전을 몸으로 겪으면서, 살면서 문득 들게되는 많은 의문점에 약간의 힌트를 줄정도의 지혜정도는 쌓인것 같다. 살면서 생기는 모든 질문들은 결국 '왜/어떻게 무언가를 하는가'로 모든 이어지게되고, 이는 다양한 경험이 뒷받침될 때 더욱 쉽고 설득력있게 된다. 나는 보편적으로 경험할 많은 일들에 대한 꽤나 뚜렷한 답들을 준비해놨는데, 이 답들을 손쉽게 이어받는 내 자식이 그저 부럽다.
원래 쓰려고하던 주제가 있었는데 서론이 너무 길어지는바람에 여기서 잘라야겠다. 그러다보니 글의 제목을 달기가 어렵네.. 영화 희생의 주인공인 알렉산더 마냥 자식에게 엄청 중얼중얼거릴것 같다. 자식과 이 영화를 같이 보고 공감하는 대회를 하게될때 쯤이면 내가 준비해온 대부분의 답들을 다 말했다는것이고 그쯤되면 내가 자식에게 더이상 해줄것은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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