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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은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들어보고 경험해봤을 표현이다. 이는 사실 사촌이 땅을사든말든 객관적으로 보면 나에게 변화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는데, 괜한 '상대적 박탈감' 이 드는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다. 내가 예정대로 야근하는데 옆팀이 칼퇴하는것을 지켜보는 기분과 비슷하고, 뉴스에서 남들은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불렸다는데 내 자산에는 변화가 없을 경우도 비슷한 경우이다.

 

내가 이 부분에서 공감이 잘 안되는 부분은 (투자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남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을까?'라고 궁금해하며 따라갈 생각을 해야할텐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분명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을것이다'라고 까내리는게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분명 운이 좋아서 잘 풀린 경우도 있겟지만, 많은 경우에는 묵묵히 공부하고 위험을 감내했던 투자자의 노력이 그 뒤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건 싹 무시하고 그저 '투기꾼'으로 매도하기 바쁘다. 그리고 상대가 투자에 성공했더라도 금새 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동안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했던 한국인들이 점차 서구화 되면서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있을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감정이라고 불리던 情이 구세대적 마인드로 인식되며 그 강도가 옅어지고 더욱 개인주의가 강화되었기 떄문이다. 한 개인을 사회적 집단적 유기체로 인식하기보단 독립된 주체로 보고,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또한 나이로 눌러대는 꼰대문화가 사라진점은 그러한 인식변화를 촉진시켰다. 그렇기 떄문에 상대적으로 지인에 대한 까내림의 정도 및 빈도는 예전에 비해 약화되었을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또다른 대표적인 한국인의 감정인 恨 은 약간의 변화와 함께 더욱 강화되는것처럼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이 감정의 해석은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집착 또는 슬픔'이고, 격하게 보자면 '저건 원래 내껀데 가지지 못해서 한이다' 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단어인데, 요즘 분위기는 약간 다른것 같다. 예전에는 주위의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붙어살았기 떄문에,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잘된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에대한 집착, 경쟁심과 노오력이 발동되어 극적으로 상황을 turnover하여 원하는것을 내껄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번의 (투자) 결정으로 그 격차가 벌어지고,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상당히 넓은 spectrum의 사람들을 접하게되어 '상대적 박탈감'의 수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노오력으로는 그 갭을 메울 수 없게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이에 빈번히 노출되게 되면 恨이라는 감정에 지친 나머지 변화와 갈구를 위한 긍정적 동력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그저 체념의 감정으로 변하되고 이는 해소되지 못한채 축적되게 된다. 70/80년대의 恨이 그나마 긍정성을 품고 있었다면 일제강점기 또는 그 엣날의 아낙네의 恨은 그와 다른 성격인데, 이걸보면 恨은 부정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그저 침전하는 감정으로써 사회의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더이상 恨에 집착하지 않고 더욱 개인주의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는 정신건강상의 문제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성장동력이 완전히 침식되어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점차 강화되는 초격차의 시대에서는 '사촌이 땅을 샀다'라는 소식을 들으면, 어짜피 따라잡기 어렵다는 가정을 하고, 아무런 감정없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객관성이 필요하다. 이렇게 마인드가 객관적으로 변화하게 되면 예전처럼 恨에 의한 오버클럭 boost 정도 급에 다다르긴 어렵겠지만 오히려 사회 전반에서의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절약해서 안정적인 output을 뽑아낼 수 있을것이다. (이것이 선진국인가...)

 

하지만 최근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자기 개인화 객관화에 대한 교육은 커녕 특정 구성원 내부 결속을 위하여 '감성'과 '공감'을 강조하고, 정부는 이를 통해 구성원간의 이간질을 조장하여 국가에 대한 의존성만 더 높이려 하는것처럼 보인다. 이 흐름은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겠지. 恨 의 정서를 버리지 못한 채 오히려 더욱 강화만되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인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표현이 있듯 恨을 품은 사람이 작정하면 상상도 못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점차 강화/축적 되어가는 恨 의 발현 ("주식 성공 소식 듣고"…입사동기 살해한 40대男 -2021.09.13)을 피해 다녀야 할것이고, 가진자들의 無恨지대에 대한 갈망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해소되지 못하고 축적되기만하는 恨의 지옥, Hell 조선이라는 오래된 단어는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것일수도 있겠다.

 

무간지옥(無間地獄) - “무간지옥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18층 지옥 중 제일 낮은 곳을 칭하는 용어로, 가장 고통이 극심한 지옥을 일컫는다. 죽지 않고,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공간인 무간지옥으로 이르는 길이 곧 '무간도(無間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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