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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라누스를 읽고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들로 미뤄볼때,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 확산과 강화에 커다란 기여를 한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최근의 현상을 바라보았을때 점점 부정적인 모습이 비쳐지는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중에 하나가 소셜미디어가 정치권에 의해서 여론몰이의 도구로 사용되는것이 아닌가 하는것이다. 좋게 말하면 변화를 위한 모멘텀/트리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안좋게 말하면 작은 일이 의도적으로 확대되고 왜곡되어 걷잡을수없는 사태로 발달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말해보자면, 국가와 언론이 애써 덮으려 했던 일들이 인터넷 여론의 힘으로 인해 드러나게 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간첩 조작 사건들은 국정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의심을 품고 도전할 수 있는 국민/인터넷의 힘을 보여주었다. 또한 수타페/에어백, 질소과자나 휴대폰호갱짓과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며 국민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균형추의 역할또한 담당하였다. 


하지만 카더라로 대표되는 인터넷 여론전달의 특성상, 전달자의 의도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자신의 안위,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자극적인 소재일 경우 그 파급력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광우병 사태와 사대강 사업, 그리고 제2롯데월드에 이르기까지.. 소셜에서 전달되는 내용들은 편협하거나 감정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절름발이 광우병 소의 영상, 이번 홍수에 사대강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싱크홀의 원인은 '(약자의 상징이 되어버린)용산' 롯데월드라는 주장... 모두가 공식적인 입장으로 인해 해명이 되었지만 인터넷 여론은 그러한 이를 거부하고 권력과의 대립을 강화한다...


물론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보다도 인터넷의 힘을 이용하여 정부(여당)의 권력을 끌어내리려 하는 세력들이 득세하기에 더욱 더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되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지난, 그리고 이번 정권에 들어서 하야된 인사가 얼마나 많던가(물론 부적격인 경우가 예외적으로 많긴 했지만), 그리고 요새는 세월호 사건으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퇴진운동은 지난 정권에서도 (인터넷 상에서) 상당한 힘을 얻었다. 결국 인터넷 여론(주도세력)의 입맛에 맞는 대표가 선출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혼란은 계속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이 책, 코리올라누스에서의 경우가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코리올라누스가 시민을 공경하지 않고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는 국가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시민들의 대표로 선출된 (총 다섯명중 두명의) 호민관은 자신들의 요구를 쉽사리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함을 통해 그를 '반역자'로 묘사하며 끌어내린다. 하지만 막상 코리올라누스가 로마를 침공하려 하자 사과는 커녕 다른이들에게 코리올라누스를 설득해보라고 일을 떠미는 전형적인 비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은 이런 비겁자들이 많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해볼 생각도 없으면서, 막상 팔걷어부치고 나서서 뭐좀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기편이 아닐경우 시작도 안했는데 트집을 잡고, 조금이라도 흠이 생기면 그것을 까는데 여념이 없다. 특히 요즘같이 급변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떤 방향을 잡고 진행하면 결과가 바로 나오는것도 아닌데(그리고 그 방향은 점차 수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결과내놔라, 이게 뭐냐' 하면서 투정부리기 일쑤다. 그러면서 경제성장같은 발전과제는 끊임없이 요구한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화도 싫다, 전쟁도 싫다니 도대체 어찌 된 셈이냐? 전쟁이 터지면 기겁을 하고 평화가 오면 거드럭대구.")


하지만 이러한 비겁자들에게 정부가 휘둘릴 수밖에 없는데에는 책의 표현대로 위정자들이 너무나 '관대'하기 때문이다. 아니,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것보다는 자신들의 표를 의식하고 자기 안위만 생각하기 때문인거지. 정부에 위엄을 부여하고, 코리올라누스같은 확고한 신념과 추진력을 가진 위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인데다가 (표를 의식할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시대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 이번주 주말에 국립극장에서 상영하는 코리올라누스 NT Live를 보러가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원작을 가지고 한참을 씨름하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책을 사게 되었다. 영화 코리올라누스와 BBC DVD까지 봐서 이제는 대본이 좀 익숙해진것 같다. 기껏 보기 힘들다는 연극을 감상하는데 인물은 못보고 (영문)자막만 보거나, 아니면 내용도 모르고 톰 히들스턴 얼굴만 감상하다 올수는 없으니까 대본을 외울 각오로 공부하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특히 예술작품은)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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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1장 일부 인용.


'Shall'! O good but most unwise patricians! why, You grave but reckless senators, have you thus Given Hydra here to choose an officer, That with his peremptory 'shall,' being but The horn and noise o' the monster's, wants not spirit To say he'll turn your current in a ditch, And make your channel his? If he have power Then vail your ignorance; if none, awake Your dangerous lenity. If you are learn'd, Be not as common fools; if you are not, Let them have cushions by you. You are plebeians, If they be senators: and they are no less, When, both your voices blended, the great'st taste Most palates theirs. They choose their magistrate, And such a one as he, who puts his 'shall,' His popular 'shall' against a graver bench Than ever frown in Greece. By Jove himself! It makes the consuls base: and my soul aches To know, when two authorities are up, Neither supreme, how soon confusion May enter 'twixt the gap of both and take The one by the other. Whoever gave that counsel, to give forth The corn o' the storehouse gratis, as 'twas used Sometime in Greece,-- Though there the people had more absolute power, I say, they nourish'd disobedience, fed The ruin of the state.


"안 된다" 인가? 선량하지만 현명치 못한 귀족들이여! 근엄하지만 사려가 깊지 않은 원로원 의원들이여, 경들이 저 히드라에게 즉 무수한 머리를 가진 괴물에게 호민관 선출의 권리를 준 덕택으로 그 괴물의 시끄러운 나팔수가 '안된다'고 오만불손한 말을 하게 된거요. 이대로 가다가는 여러분의 맑은 물결을 진탕물로 바꾸어 여러분의 수로를 자기 것이라고 우겨댈 테지. 과연 저 사람에게 권력이 있다면 여러분의 무지한 결과인 것이니 머리를 숙여야 하오. 그렇지 않거든 위험천만한 여러분의 관대함을 버려야해요. 여러분이 현명하시다면 멍청한 머저리들의 수작을 하지 않아야 하오. 현명하지 못하거든 저런 자들을 여러분의 옆자리에 앉히세요. 여러분이 평민들이고, 저자들이 원로원 의원들이 되는 겁니다. 비록 쌍방이 대등하게 발언한다 할지라도 최고의 요리가 저자들 구미에 맞게 된다면 저자들이 원로원 의원이 아니고 뭐겠소? 그자들이 행정관을 뽑게 될 것이고 이 엄숙한 원로원 의원들을 향해 '안된다' 라는 말을 예사로 하는 이런자가 행정관으로 뽑히겠지. 이건 일찍이 민주적인 그리스인에게도 없었던 일이에요. 주피터 신에 두고 맹세하지만 집정관의 위엄도 땅에 떨어졌군! 어느쪽도 절대권이 아닌 두 권력체가 대립되면 어느덧 큰 혼란이 일어나서 어느 쪽이든 한편이 망하고 마는 건 불 보듯 확실하지. 그러니 내 가슴이 답답할 수 밖에. 창고의 양곡을 무상배급한 예가 그리스에서 종종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주장한 사람이 누군지 상관없는 일-- 사실 그리스에서는 민중이 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그로 인해 결국은 복종하지 않는 근성을 조장시켜 국가 멸망을 초래한 것이지.


I'll give my reasons, More worthier than their voices. They know the corn Was not our recompense, resting well assured That ne'er did service for't: being press'd to the war, Even when the navel of the state was touch'd, They would not thread the gates. This kind of service Did not deserve corn gratis. Being i' the war Their mutinies and revolts, wherein they show'd Most valour, spoke not for them: the accusation Which they have often made against the senate, All cause unborn, could never be the motive Of our so frank donation. Well, what then? How shall this bisson multitude digest The senate's courtesy? Let deeds express What's like to be their words: 'we did request it; We are the greater poll, and in true fear They gave us our demands.' Thus we debase The nature of our seats and make the rabble Call our cares fears; which will in time Break ope the locks o' the senate and bring in The crows to peck the eagles.


이유라, 민중의 추천보다 더 훌륭한 이유가 많이 있으니 내가 말해주지. 그자들은 나라를 위해 충성한 일이 없으니까 설마 충성의 대가로서 곡물을 받으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국가존망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와서 출전의 명령을 받고서도 꼼짝 않고 성문을 나가려 하지 않는 자들이 아닌가? 그러니 양곡의 무상배급을 받겠다고 덤벼 댈 수가 있나? 또 전쟁에 나간다 해도 그자들은 용기를 보이는 것은 반항하거나 반란을 일으키는 때뿐이지, 이것 역시 그자들이 말해볼 거리가 못되는 것이지. 게다가 걸핏하면 원로원을 공격하니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리니 원로원으로서도 굽히고 양곡을 제공해 줄 일유는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소? 원로원이 혜택을 베풀어준다고 할 때 이 어중이떠중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자들이 하는 짓으로 보아 말할 내용은 뻔하지. "우리는 요구하였다, 우리는 다수다, 그러니 원로원이 겁이 나서 우리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나발불 것이오. 그러니 결국은 우리의 타고난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오합지졸들은 그들을 위한 우리의 호의를 가자들에게 겁먹고 한 것이라고 조롱당할 거요. 이렇게 되면 머지않아 원로원의 문 자물통을 부수고 까마귀 떼가 밀어닥쳐 그 안의 독수리들을 물어뜯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요.


No, take more: What may be sworn by, both divine and human, Seal what I end withal! This double worship, Where one part does disdain with cause, the other Insult without all reason, where gentry, title, wisdom, Cannot conclude but by the yea and no Of general ignorance,--it must omit Real necessities, and give way the while To unstable slightness: purpose so barr'd, it follows, Nothing is done to purpose. Therefore, beseech you,-- You that will be less fearful than discreet, That love the fundamental part of state More than you doubt the change on't, that prefer A noble life before a long, and wish To jump a body with a dangerous physic That's sure of death without it, at once pluck out The multitudinous tongue; let them not lick The sweet which is their poison: your dishonour Mangles true judgment and bereaves the state Of that integrity which should become't, Not having the power to do the good it would, For the in which doth control't.


아니오, 더 들어보시오! 천지신명에 할 수 있는 나의 맹세를 걸고 단언하리다! 지금 여기에 두개의 권위가 있다-- 한쪽은 여유가 있어 상대편을 무시하고, 다른 한쪽은 아무 이유 없이 상대편을 모욕하고 있으니 신분, 영예, 분별이 무식한 군중의 가부간의 승인이 없이는 아무 것도 독자적으로 결정을 못해요-- 그러니까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어느 것 하나 취하지 못하게 되고, 우유부단하게 사태를 끌어가고 있으니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마련이지. 그러니 여러분, 분별있는 지식보다 용기가 앞서고, 국가의 변혁에 의구심을 품기보다는 국가정신의 기본을 중히 여기며, 장수보다 고귀한 생애를 택하며 살아나갈 희망이 없을 때 극약을 먹고서라도 목숨을 버리기를 서슴지 않을 자는 저 군중의 대표자인-- 저자들의 혓바닥을 당장 뽑아 버리시오. 그자들에게 달콤한 권력의 맛은 그자들에게 독이 되는것이니 아예 뵈지 말아야 해. 경들이 타락하면 원로원의 옳은 판단력은 마비되고, 나아가서는 나라에 꼭 필요한 구심점마저 잃게되고 이런 악이 나라에서 조정을 하게 되면 옳은 법을 시행할 힘이 없어지게 마련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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