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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를 읽고

[그림 1, 2]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표지와 인터넷에 떠돌던 열정 페이 계산법(단, 이 둘은 서로 다른 책이다!)



요새 책읽는것에 재미가 들려서 매일매일 책을 보는데, 짤방(이것도 이제는 너무 구닥다리 단어처럼 느껴진다)을 정리하다가 [그림 2]의 출처가 어딜지 문득 궁금해져서 이 그림의 출처라고 인터넷에서 추측하던,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이라는 책을 읽기로 하였다. 우선 밝히고 싶은것은, 이 책과 첨부그림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것, 하다못해 이 책에서는 한글과 영문을 병행해서 나타내야 할 경우, 괄호를 쳐서 원문을 적는것이 아니라, 밑첨자 비스무리하게 작게해서 원문을 적으며, 또한 '개x같은', 혹은 '김치맨'과 같은 인터넷에서 흘러나온듯한 어투는 발견되지 않았다.(사실 책을 찾아보고 싶었던 이유는, 책의 다른부분에서 또한 이러한 인터넷 문화가 어떻게 자유분방하게 표출될까하는 궁금증에있었다)


"이 광고를 모두가 유쾌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앞으로 군대를 가야하거나 군대를 다녀 온지 얼마 안된 젊은 남성들에게 이 광고는 몹시 불편한 광고였다. 한국 사회에서 군대 문제는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군대는 안보, 조직문화, 시민권, 젠더 등 수많은 문제에 담론적으로 결부된 존재이며, 대부분의 남성에게 평생 지속되는 외상을 경험하게 만드는 조직이기 떄문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 청년이 '정신 이상'으로 군을 면제받았을 것이라는 유머도 있다!" 


한때 잘나가던 '박카스'선전을 필두로하여 글이 진행된다. '꼭 가고싶습니다'로 유명한 이 광고를 보고 저자는 위와같이 적었다. 문득 이 글의 전개와 표현을 보고,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말하는 가까운 사람이 생각났다. 참고로 그사람은 '아이폰'으로 시간날때마다 트위터를 하고, (스스로를 좌파라고 칭하는) 유명 인사들이 올려놓은, 특히 정부를 비꼬아서 유머랍시고 올려놓은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하지만 자신과 사회에 대해 sarcasm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래도 자신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평가하면 불만이 많은것이, '우매'하게 불만이 없는것보다는 훨씬 낫다!라고 반박하겠지.


"광고는 마치 열심히 살고있는 청년들을 '응원'하는것 처럼 보였지만 막상 현실의 청년들은 이 광고에서 위로받을 수 없었다. 광고를 본 어른들의 눈총과 '난 뭐지?'라는 자괴감속에서 청년들은 마음 놓고 하소연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씁쓸한 다짐을 반복할 뿐이었다. 피로회복제가 사람에게 훈계를 하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미 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간 88만원 세대라느니, 아프니까 청춘이라느니와같은 책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것도 있지만, 그들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것은 사실이긴 하니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글은 어떤가! 나는 오히려 위 문장을 보고, '이 광고를 보면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구나!' 하는 훈계를 받는 느낌이었다. 마치 "나는 이 광고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건 나만의 어리석은 생각이었고, '깨어있는' 이들이 제공하는 시각에따르면, 여기에는 젊은이들에게 은연중 명령(세뇌)하는 집권층의 악의?적인 목적이 숨어있었다! ... 아 나만 몰랐구나, 그래 생각해 보니 이분들 말이 '맞는것'같다, 그래 이 책이 나에게 진실을 가르쳐준다!!"라고 따라해야 하는것처럼.


[이 포스팅만큼은 어느정도의 어그로를 끌 준비가 되어있다!] 이 책에서 제시했던 여러 업종의 사람들을 보자면, 프로게이머, 연예/영화/언론 관계자, IT 개발자, 파티시에, 네일 아티스트, 소믈리에... 이들의 공통점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이들의 미래와 이미지를 환상화 해놓았으며(이 업종들에 추가로 블로거, 바리스타 등의 무언가 잘 알려져있고, 체계적인 '이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듯한 분야가 추가된다면 좀 더 설득력 있겠지), 그리고 이들이 낭만적이고, 재미있고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고? 코드 몇줄으로 정부기관을 해킹하면 멋질것 같다고? 와인을 한입보고 이거는 어디산 몇년산이네 하며 스토리 텔링을 하면 간지좔좔? 이와같은 이미지로 인해 이 분야로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이들중 몇몇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다. 물론 모든이들의 노동을 무시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자라고 하는 업종을 제외한다면, 학원에서 몇개월 지내다보면 양산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닌가! [단, 상위 10%, 1%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것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곳에서 단가를 높이기는 어려울테고, 대신 관리자들은 방향성 없는 꿈과 열정으로 사람을 부리기로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치 '모든' 청춘들이 꿈과 열정이라는 레토릭에 허우적 대는것처럼 묘사한다.


> "이 바닥의 맨 밑바닥 상황은 정말 형편없어요. 막내 개발자들이 만날 바뀌어요. 요즘 20대들이 워낙 취직하기 힘드니까, 월급 90만원 준다해도 몰려들어요. 그러니 학원에서 몇 개월 속성으로 컴퓨터 배운 애들 데려다가 부려먹고, 그러다 보면 애들이 질려서 나가고... 그러다가 새 프로젝트를 받으면 직원 새로 뽑고, 나머지는 또 나가고..."  

> "이 바닥의 맨 밑은 말로 못해요. 막내 개발자들이 만날 바뀌어요. 20대 백수가 넘쳐나니까, 월급 90만 원 준다고 해도 엄청나게 몰리거든요. 그러니 학원에서 몇 개월 속성으로 배워서 온 애들 데려다가 부려먹고, 그러다 보면 애들이 질려서 나가요. 그리고 새 프로젝트를 받으면 또 직원 새로 뽑아서 시키고, 나머지는 또 나가고…. 이 바닥 돌아가는 게 건설업계 하도급 구조랑 똑같아요."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00810150825


위는, 본문에서의 인용과, 실제 기사에서의 인용부분을 비교해보았다. 몇몇 부분에서 어감이 변형된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c&p 하면되는 부분을 이렇게 변형했는가! 특히, '요즘 20대들이 워낙 취직하기 힘드니까'와 '20대 백수가 넘쳐나니까'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론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기에서 해석의 차이를 느낄 수있다. 전자의 경우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들을 묘사하는 반면, 후자는 일을 하지 않는 20대들을 묘사한다. 전자는 '관련 분야에서의 학생들이, 취직이 힘드니 90만원을 준다고 해도 (어쩔수 없이)알아서 온다'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후자는 '20대 백수들이 '뭐라도 해야겠다'하며 속성학원을 거친 후 90만원을 주면 고맙다고 달려가는' 그런 모습을 묘사한다. 이 차이는, 어떠한 과정으로 IT 노동자들의 현상이 진행되는가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즉, 현실에서는 할것 없는 사람들이(비전공자라도) '뭐라도 해야겠다' 하며 컴퓨터 학원 등록(이것이 선행되어야 한다!)을 한 후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함으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데, 책에서는 마치 이 업계의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것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들과, 그리고 IT 종사자라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끄적여놓은 신세한탄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병'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사실 일자리는 많고(오히려 회사에 사람이 없어서 문제), 처우도 그렇게 안좋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역시 이 분야에서는 전공의 연관성이 연봉을 결정하는것은 아니다. 학벌도 좋지 않고, 전혀 관계없는 전공이었지만, 학원에서의 지식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원하는 급여와 복지를 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단지,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professionalism"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높은 연봉을 바라면서도 '자기계발'은 하지 않으려 하고(사회로부터의 암묵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어쩔수없지), 남들이 자신이 힘들다는것을 알아주길 원하는, 푸념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그러한 푸념을 부추기며 자신들의 수입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건 아닌가' 생각된다, 대안은 제안하지 않으면서!


또한 책에서는 IT 종사자들을 노동자(어감이 사회에서 억압/착취받는 사람을 연상시키며, 왠지 계급투쟁을 해야할 것같은 느낌을 준다)의 계열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며, (더 넓고 많은 사람들이 이와같은 문제를 안고있다는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IT 종사자 또한 IT 노동자이다 -> 하지만 자신들이 노동자라고 불리는것을 원하지 않는다 -> 노동자에게는 권리가 필요하다 -> 노동자이기를 거부하므로 그에따른 권리마저 거부한다' 라는 어조로 글을 진행하는데, 그럴싸한 논리이지만, 개발자들의 불만은 자신을 지칭하는 '명칭'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며 IT노조에 가입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마치 개발자들만, 이러한 권리가 무시받는 상황을 외면하기 위해, 일부러 노동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듯한 비겁한 인상을 남긴다. 글의 분석을 전문적으로하는 사람이 아니라 딱 꼬집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서술이 치사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의 예상 독자층은, 딱히 공부는 하기 싫고, 때마침 뭐 하나만 잘하면 된다는 말에 혹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로 발을 들여놓았거나, 그쪽에 관심이 있는, (남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는)10대 후반 혹은 20대 초중반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의 현실을 인지하고 슬퍼하며 위안을 필요로하는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이겠지.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것은 '남이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고민/예상' 해보는 것이다. 나한테 재미있고 쉬워보이면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인다는것은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면 당연히 사람들이 몰리겠고, 그러면 내가 그분야에서 특출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자연스레 바닥으로 내려앉을텐데... 


이러면 그들은 말하겠지, 내 의지에 상관없이 바닥으로 떨궈지는 사회가 옳은 사회냐고! 상대적인 측정치를 가져대며 서로를 채찍질하는 이러한 사회가 정당한 사회냐고! 하지만 마트에서 10원이라도 더 싼 물건을 사려고 한다면, 이는 그러한 사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판옵티콘'이라는 기막힌 비유를 들어 자신들 스스로를 감시하고 위축하는 '평가'에 대해 서술하였는데, 이렇게 수동적인 시각 대신, '만약 내가 누군가를 고용하게(사게) 된다면'이라는 간단한 비유로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는것은 어떨까? 물론 안좋은 비유라는것은 알지만, 앞에서와 비유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많고, 요구하는 가격도 다양하다면, 그중에 누구를 고르게 될까?

 

하지만 1장과 2장의 이런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제외한다면(앞부분 저자와 뒷부분 저자가 서로 다른건 아닌가 싶다. 뒷부분의 의견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사실 전달'의 관점에서는 읽을만하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저임금으로 높은 효율을 보이는 자발적인 형태'를 가리킨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있으며, 책에서는 이를 다양한 분야에서의 예를 통해 슬픈 현실과 함께 설명해준다. 그리고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가장 처음으로 해야할 일이 '직업을 갖는것'이라는데에도 동의한다(즉, 꿈은 '들어가고싶은 직장'과 동의어). 이렇게 젊음을 대표한다는 단어들이 기성세대의 무언의 강요?로 사전적 의미에서 변형되었으며, 오히려 직업의 범위를 벗어난 방향으로의 열정과 꿈은 사회에서 '헛짓'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며, 짓밟히게 된다. 


또한 젊은 구직자들은 이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함으로서, 자신이 이미 사회에 맞게 재단되었고, 기업을 위해 삶을 바쳐왔다는 것을 표현/증명한다. 그리고 이를 객관적으로 잘 드러내기 위해, 꿈과 열정을 쏟아, 스펙을 쌓아간다. 삶, 꿈과 열정, 그리고 직장과 스펙이 내부에서 순환하는 이 상황은 이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는, 21세기 자본주의 시스템하의 직장인/노동자 착취에 최적화된 구조인 것이다!  어쩔수 없이 뒷장에서는 "우리는 열정 노동을 만드는 구조를 비판한다, 하지만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는 따르려 한다"라고 하며 현실에 무작정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만약 1장에서의 입장을 유지했다면, 좀 더 급진적인 요구를 했겠지)


그리고 또한 사회전반적으로 퍼져있는 특정 업종의 불합리성에 대한 합리화를 '너는 니가 원하는 일을 하잖아!'라고 하며 당연시 하는 풍조 역시 적당한 예를 통해(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잘 드러냈다. 그리고 물론 글을쓰면서 위에서 어그로를 좀 끌긴 했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역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최저'생계비'마저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있어 개인이 어떤일을 하더라도 사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을 넘어선 주체의 변화요구가 필요하다. 특히 나는 모든 시민 의식이나 사회 분위기는 시스템화 혹은 법제화가 선행되어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법제화 혹은 공론화가 될 수있는 계기를 발생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에대한 예로 개개인은 '윤리적 소비'를 일상화 하거나 또는 집단을 구성하여 활동할 수 있다. 또한 IT 업계의 경우, it노동(it.nodong.net)에 방문객으로서의 생각으로, 노동조합의 활성화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삼성등에서의 '무노조 경영정책'이 비난을 받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노동조합 참여에 대한 사회/개인의 부정적 시각, 그리고 과격화/정치화되는 노동조합의 운영실태등으로 인해, 이를 풀어나가기는 쉽지않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데에 인색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침묵하는 이러한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책에대한 개인적인 의견으로, 노동/시민단체에 대해서 좀 더 보강해주었으면 좋았을거라 생각한다. 또한 애초부터 책의 방향성을 잘못잡은건 아닌가 싶다. 방황하는 청춘을 타겟팅하기위해 급하게 방향을 맞춘 느낌이랄까!


결국 나의 의견도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답없음'으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 갈래는 달랐다. 내가 정말로 잘못생각하고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에서 지적했듯 '원하는 꿈을 이룬다면 돈과 같은 같은것은 상관없다'라고 세뇌된 사람이다. 나는 나 자신을 희생하며, 보이지 않는것(꿈)들을 위해 노력하고 쌓아온 사람인데, 이러한 '사회로부터 세뇌된 인간들'에게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이 책이 쓰여진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말하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행복하게 살아오고 있다.(내가 이상한건가!) 나는 이 사회가 나에게 주입시킨 '꿈'이라는것에 기대며 살고 있으며, 적어도 이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세상과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이들이 제시하는 '진실'을 알게된다면 너무나 불행해질것을 알기에, 이 거대한 매트릭스에서 '파란 알약'을 선택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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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연예, 드라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그 가까운 예로 고등학생이 친척녀석이 있는데 언제는 미술하겠다더니 이번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져가지고 음악을 한다고 한다. 뭐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뜬금없이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애가 탄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누구나 연예인이 된다고 헛된 희망을 품도록 하는데, '나는 아닐거야, 나는 될거야'하는 '꿈'에 사로잡혀서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때도 빠지지 않는 논리, '이거 하나만 열심히 하면 돼!' 이 책은 차라리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허구에 대해 중심적으로 작성되어야 했다. 권리를 무시당하는 연습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낙방한 이들의 몇년 후... (하다못해 가수가 되고도 권리를 빼앗긴 어느 여자 래퍼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책은 출간될리 없다. 안좋은 소리 들어가며 돈도 안되는 글을 쓰느니, 환호를 받으며, 남들에게 사탕발림 '꿈'을 제공하고, 돈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책을 쓰겠지.


그리고 이 글을 쓰게된 동기가 또 있다. IT계열에서 있다보면 말도안되는 사람들이 많다. 관련학과 졸업을 하고도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는 사람부터, (한글로 번역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쓰면서 자기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후임의 코드를 가져다가 자기가 한것처럼 보고하는 사람들, 프로그래머이면서도 프로그래밍은 (혹은 모든 일을)남에게 미루는 사람들. 자기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일로 생각하는 사람들,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지금 하는 프로젝트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공부하는것은 시간만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고생을 하지 않으려 하는것이고(이때에 또다른 의미의 '열정'이 없다고 해야하는게 맞다), 고생을 안한다는것을 일종의 자랑으로 여기는 풍조가 일조한다. 물론 이런 능력이 있다면 잘 활용하는것도 좋은데, 여기서 문제는, '뺑이'를 피해갔다면 그에 대한 댓가가 있을때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않고 기업탓하고 사회탓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에 만연한 '헛된 꿈'과 '남탓'이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남탓문화에 편승해서 권력을 잡아보려는 인간들이 있어서 불만이고, 이러한 남탓을 (특히 인터넷에서) 조장하고, 이로서 상대를 비방하고 모함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미래또한 걱정이 된다. 그냥 나는 내 할일이나 열심히하고 간접적 참여만 해줘야겠다. 여기서 다시 말하지만, (제도적인 보완, 규제를 통한) 개인의 간접적 참여를 할 수 있는 통로의 보장이 결국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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