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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님의 로봇 K-456에 대해

백남준은 1963년 6월 한창 전위예술이 발흥하는 일본으로 건너가 전자공학자 우치다 히데오의 소개로 전자공학자 아베 슈야를 만났다. 아베 슈야는 전자부품을 맡고, 형과 백남준이 함께하여, 1964년에 제작비 $2400를 투입하여 이 작품을 완성하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8번(쾨헬 분류번호로 k. 456번이다)에 유래를 두고 있는 이작품은 움직이며, John F. Kennedy의 취임사 음성을 재생하고, 콩을 배설하는것으로 유명하였다(콩이 대변이라 한다면, 오줌을 배출할 능력 또한 있었다고 한다). 


[동영상 1, 2, 3] BMN 89829 3 백남준k456, Mozart - Piano Concerto n. 18 K 456, John F. Kennedy Inaugural Address


위는 백남준의 K-456이라고 인터넷에 치면 바로 나오는 결과이지만, 왠지 모르게 더 찾아보고 싶어서 검색하였고, 아래는 그 검색의 결과이다. 아래의 내용은 대부분 "1964 – Robot K-456 – Nam June Paik (Korean) & Shuya Abe (Japanese)" 페이지에서 인용, 번역한 것이다.


인간의 형상을 본따만든 로봇 K-456은, 20개의 채널을 갖는 4개의 원격 조정기를 통해 명령을 입력받아, 모자를 벗고, 고개를 끄덕이며, 신체부위?를 조절하는등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 비록 조부로부터 이어오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였지만, 백남준의 삶은 부유하지 않았으며, 그는 그의 작품을 당대의 'rich'한 팝 아트에 대비되는 'poor art'으로 소개한다. 또한 그는 생활자금이 부족하여, 아래와 같은 편지를 John Cage 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중에서 주목할 것은 'rich father' 라고 하며 타인에게 자신의 '자식'을 입양보내는듯한 뉘앙스를 보인다는 것이다. 


I have been thinking for the past 48 hours, how to survive next 6 months. The easiest or most difficultest solution is to sell my big robot for 1200 dollars. It contains 20 channel radio control for model air plane, which sells in America for 900 dollars. This equipment is still in good shape, and can be used for any purpose. Since i spent more than 1500 dollars for this Robot (Koechel Verzeichnis 456), (besides this radio control), and it is the first robot to have travelled the world, may be it can find a rich father. 1200 dollars is roughly the half of the productions cost. (including packing & transportation)


그가 무선 장치를 가지는 로봇을 만들게 된 과정중에, '저가(low cost) 기술'에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플럭서스 운동에서 예술의 '가격'를 낮추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고 한다), 무선 조종 비행기등을 파는 장난감에 방문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 무선신호를 사용하는 의인화된(anthropomorphic) 로봇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인간이 두발로 걷기 시작한 이후 사용되지 않는 두 손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면서부터 인간의 두뇌가 발전하기 시작다였다'라는 당대 과학자들의 발견에 감명을 받아, 직립 보행을 하는 로봇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말을 녹음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려 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말들을 설파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조국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말고, 당신이 조국 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로 유명한, 케네디의 취임사와 처칠과 히틀러의 발언또한 녹음하여 재생하였다고 한다. 


플럭셔스 운동이 활발할 당시, 이 작품은 재활용된 싸구려 제품, 정치가들의 발언들, 그리고 로봇 자체의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였다. 간혹 마른 콩을 싸거나, 혹은 관객에게 던지는 행동을 하기도 했으며, 또한 이 작품은 처음부터 거리에서의 행위를 염두해 두고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는 이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과 함께 하여 첫번째 놀라움을 선사하고, 또한 그들에게 마치 갑작스런 소나기와 같이 콩을 던지는 행위로 두번째 놀라움을 선사하도록 의도하였다.‘I imagined it would meet people on the street and give them a split-second surprise. Like a sudden shower.’  (아마 split이 아니라 spit일듯 그리고 이 작품에서 콩을 '싸는것'과 콩을 '던지는' 행위는 구분된다.)


또한 백남준은 사람의 일거리를 대신해주는(빼앗는, taking away) 로봇이 아닌, 사람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인간다운'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했다. "generally people say that robots are created to decrease people’s work … but my robot is there to increase the work for people because we need five people to make it move for ten minutes, you see. Ha ha" 또한 플럭셔스 운동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역할로, 혹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관점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이 로봇은 전세계를 여행하였다. 


K-456이 유명하게 된 계기로,1982년, 그는 그가 회고전을 열었던 맨하탄의 Whitney Museum에서 K-456을 밖으로 가져와 Madison 거리를 걷도록 하였다. 75번가로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도중, 동료 예술가인 Bill Anastasi가 운전하는 차에 부딛히는 '사고'(accidental accident, 표현하자면 'stage' of accident)가 발생한다. 텔레비전 리포터가 그에게 무슨일이 생겼는가 물어보았을떄, 그는 "21세기의 최초의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였으며, 이 사건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교훈을 남겼다고 한다.("The First Catastrophe of the Twenty-First Century. And we are learning how to cope with it."). 그는 인류와 기술에 대한 허무함,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때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였다. 이후 잔해물은 다시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Paik took this playful moment as an opportunity to recall the need to understand technology and make sure that it does not control us. Paik's staged event with his manmade robot was a humanist expression of a technology that subverted the dominant postinstitutions. Paik, who remade the television into an artist's instrument, reminded us that we must recall the avant-garde movements of the 1960s and learn from their conceptual foundation, which expressed. the need to create alternative forms of expression out of the very technologies that impact our lives. Robot K-456 is a statement of liberation, demonstrating that the potential for innovation and new possibilities must not be lost, but must be continually reimagined and remade by the artist.



[그림 1, 2] 1964년에 처음 만들어진 K-456과 1996년에 다시 만들어진 K-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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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한국에서 작성되는 K-456에 대해서는 로봇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는 쪽으로 K-456을 평가(특히 자동차 사고에 대해)하는 반면, 외국에서는 인간과 기술과의 위협적?인 관계에 대해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이 차이는 역시 '발레리나를 꿈꾼 로봇, 로봇과 퍼포먼스'에서 김선혁님이 기록하신 대로, 서구 문화에서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U.R., Rossum's Universal Robot) 혹은 터미네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로봇의 공포적인 모습과, 동양 문화에서 아톰이나 태권브이등으로 묘사되는 정의롭고 친숙한 이미지가 개입되어있는것으로 보인다. 


사실 여러번 읽어보았지만 'how to cope with it.'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어느 포스팅에서는 '자식과 같은 로봇이 차에 치이는것을 보고 아버지의 마음처럼 울부짖으며 911을 부르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에 탄식하며 죽음을 선언하며' 로봇의 의인화를 이루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모습이 실제 녹화된 비디오에서 나왔는지 안나왔는지가 확실치 않기 떄문에 이것이 진정 의도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조화를 중시하는 우리네 민족성을 따지자면 로봇과의 일체를 표현한것이 신빙성 있지만, 서구의 시선은 위에 언급했듯, 이와는 좀 다르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장에 (사소한)혼동이 있는것이, "The First Catastrophe of the Twenty-First Century"라고 이 행위가 명명되었다고 여러 출처에서 기록하였지만, 동시에 "catastrophe of technology in the twentieth century"라고 John Hanhardt등이 기록하였다는 것이다(technology라는 단어의 존재유무가 어느정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남준님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려 하면 너무나 적은 출처표기와 내용의 변형때문에 자료에 확신성이 떨어진다. 만약 좀 더 확실한 자료가 있었다면. 우선 catastrophe를 말그대로 '재앙'으로 볼것인가, 종종 불리우는 '사고'로 볼것인가, 혹은 다른 뜻으로 볼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사건을 통해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의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알수없는 충격을 받았다. 마치 핏줄 혹은 힘줄이 그대로 드러난듯한(누군가는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떠올렸다), 그로테스크한, 갸냘픈 외형을 보고, 그리고 이 작품이 행위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왠지 모르게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고, 로봇에 대해, 또한 고 백남준 님의 삶과, 그가 비디오 아트를 하기 이전에 추구해왔던 플럭서스 운동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었다. 좀 더 힘을 쓰면 이 모든것들을 정리하는것이 가능할것 같지만서도, 이 분야 종사자도 아니고, 게다가 3일동안 글을 작성하면서 이 작업이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정도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가 추구했던것은 내가 처음에 로봇에 대해 생각했던 그것과는 약간(혹은 완전히) 다른것이었다. 하지만 세개의 글을 쓰는 과정중에, 그와 그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으며, 또한 로봇이라는 정의를 확장하고, 인간과 삶, 그리고 가치에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자료출처 : 

1964 – Robot K-456 – Nam June Paik (Korean) & Shuya Abe (Japanese)

http://cyberneticzoo.com/?p=3437


Essay By John Hanhardt, Guggenheim Museum

http://www.paikstudios.com/essay.html


로봇 친구의 죽음 - 백남준과 로봇 K-456

http://terms.naver.com/entry.nhn?cid=170&docId=1052646&mobile&categoryId=170


생명과 키네틱 예술

http://terms.naver.com/entry.nhn?cid=3873&docId=1691786&mobile&categoryId=4120


백남준 선생의 사진 연보, 2006년 2월 작성 [수정]

http://chungwoo.egloos.com/1515608


현대미술, 그 미적 성취의 기록 : 전후 거장에서 21세기 신예까지 : 제4강 108장의 사진으로 보는 백남준 선생의 일생

http://www.artnstudy.com/Lecture/default.asp?lessonidx=gjlim01


[진중권의 현대미술 이야기](10) 플럭서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1092054585&code=960202


케네디 대통령 취임사

http://blog.daum.net/wookjl/1832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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